문재인 정부가 국정 농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 수감된 후 4년 9개월 만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복권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들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24일 정부는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에 대해 오는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치인을 특별사면·복권 대상 명단에 넣은 것은 2019년 연말 특별사면 이후 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올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180억 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번 사면은 징역형과 벌금형에 대해 모두 효력을 갖는다. 다만 180억 원의 부과 벌금 중 이미 추징된 35억 원은 환급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효력이 발생하는 31일 0시에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방된다. 박 전 대통령은 형기 중 1,736일을 채워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남은 형기 17년 3개월은 면제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신병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경우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3,000만여 원을 확정받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추징금 부과조치는 이번 복권 조치 이후에도 중단되지 않고 완납시까지 유지된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추징금 부과액중 미납한 7억8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한편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만기 출소를 1년 5개월가량 앞두고 성탄절 가석방으로 이날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