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日, 올림픽 보이콧...對中 기술수출도 봉쇄

"자유·인권 존중...中서도 보장돼야"

기시다 총리·내각 고위관료 등 불참

긴장된 국제정세 고려 실리적 선택

안면인식 등 기술 규제도 검토키로

中, 비난 자제...이례적 절제된 반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일본 도쿄의 아사카 육상자위대 캠프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자위대 병력을 사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일본 도쿄의 아사카 육상자위대 캠프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자위대 병력을 사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물론 일본 내각 관료들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뉴질랜드·호주·영국·캐나다·리투아니아·코소보 등에 이어 여덟 번째 외교적 보이콧 선언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일본은 외교 등을 고려해 스스로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결국 미국의 행보에 발을 맞추는 쪽을 택했다. 일본은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국제 정세 속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공조하는 것이 실리적으로 낫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도쿄 올림픽 당시 코로나19 확산 위협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과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했던 중국은 일본의 보이콧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며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24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국제사회의 불변 가치인 자유, 기본적 인권 존중, 법의 지배가 중국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일본의 대응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와 내각 고위 관료 및 스포츠청 장관은 모두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선수단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 등은 참가한다. 6일 미국이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후 유보적 입장을 취해온 일본이 결국 동맹인 미국의 뜻을 따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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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올림픽위원회 관련 인사와 일본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이 상대방이 개최하는 올림픽과 스포츠의 비정치화를 지지하기로 한 약속을 일본 측이 이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응은 이달 초 미국의 외교 보이콧 선언에 대한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자민당 내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기시다 총리가 전임자와 다른 대(對)중국 정책을 펼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보이콧이 이슈화하는 것 자체를 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날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안면 인식 등 감시 카메라 기술의 중국 수출 규제도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감시에 일본의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달 초 화상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 인권유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을 막는 ‘수출 통제와 다자간 인권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일본도 대중 제재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외환법에 근거해 군사화가 가능한 물품의 수출을 규제해온 일본은 인권침해 분야에 남용되는 안면 인식 기술도 이 법에 근거해 규제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일본이 즉각 응한 셈이다. 일본은 “미국·유럽과 협의해 어떤 제품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구 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과 중국과 대만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 등 대외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한 평화헌법 개정을 필두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용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한층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이날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국방비 지출 증액안도 승인했다. 일본의 국방비 지출 증액안은 올 4월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의 회담에 따른 것이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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