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융 당국이 전직 중앙은행 총재와 언론인·경제학자 등 20여 명을 형사 고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강요에 불복한 인물에 대한 탄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 은행규제감독청(BRSA)은 올해 터키 리라화 가치가 35% 폭락한 상황에서 이들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매체에 올린 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고발 대상에는 전 터키 중앙은행 총재인 두르무스 일마즈와 루스두 사라코글루 등이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이 은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언론 매체에 하는 것을 금지한 은행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터키 정부는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이 같은 법적 조치를 자주 취한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을 이유로 언론인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 대해 형사소송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현재 터키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자국 화폐 가치 폭락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약세가 수출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지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예금의 가치를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언에 힘입어 1달러당 18.36리라까지 급락했던 리라화는 현재 11.5리라화로 하락 폭을 일부 회복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