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1세기 차르’ 푸틴…나토의 東進 막고, 유럽엔 가스 끊고, 옛 소련 勢 불리고

[글로벌 WHO] 연말연시가 바쁜 이 남자

바이든에 먼저 요청해 전화 회담

'東進 제한' 명문화 요구 재확인

야말 가스관 잠그고 EU 목 조여

전력회의서 '에너지 무기화' 시사

CIS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행보

軍·경제협력 강화 속 영향력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선 아이스하키 경기를 마친 뒤 경기에 참여한 퇴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선 아이스하키 경기를 마친 뒤 경기에 참여한 퇴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요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 있을까. 우크라이나를 두고는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천연가스를 놓고서는 유럽과 갈등을 겪고 있다. 냉전 시대의 한물간 패권 국가로 치부하기에는 최근 글로벌 정치 경제 무대에서 러시아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특히 푸틴은 유럽연합(EU)으로의 가스 공급을 막은 지 열흘째 되는 3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자청해 더는 나토의 동진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양 정상 간 통화는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 이후 23일 만이다.

내년 초 회담 앞두고 의견 적극 개진

주목되는 것은 통화 시점이다. 이번 통화는 내년 1월 중순부터 미러 안보 보장 협상, 러시아·나토 간 협상,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이 줄줄이 이어지기 직전에 이뤄졌다. 푸틴으로서는 회담 직전 논의 안건 등을 조율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관측이다.

통상 굵직한 회담을 앞둔 국가 수장은 실무진에 물밑 협상을 맡기고 대외 행보를 자제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푸틴의 움직임에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국내는 코로나19 재확산, 인플레이션 문제가 겹쳐 있고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골치가 아픈 탓인지 외부 노출을 꺼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화 회담에 앞선 영국·프랑스 등 동맹과의 의견 조율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몫이었다.

2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화상회의를 통해 난방철 전력 상황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화상회의를 통해 난방철 전력 상황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르드 스트림2 승인하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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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광폭 행보에는 EU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는 러시아 자원이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은 에너지 당국자들과 화상 회담도 열었다. 푸틴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가스관(노르트스트림2)이 천연가스로 가득 차 있다면 치솟는 유럽의 에너지 가격을 빠르게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가스 가격 앙등의 원인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 지연임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가스 가격 급등은 러시아가 자국에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걸어 잠근 것이 결정적이다. 이 점을 빼고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유럽 길들이기를 위한 러시아의 노골적인 자원 무기화를 뜻한다는 지적이다. 겨울철 가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사실 나토의 동진 저지, 에너지 무기화 등은 과거 소련 제국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옛 소련이 1991년 붕괴된 후 러시아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돼왔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소련 제국의 부활까지는 아니어도 과거 영토를 서구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강하다.

29일(현지시간)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콘스탄틴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콘스탄틴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등 집토끼와 우의 다져

푸틴이 이날 바쁜 일정을 쪼개 친러 성향이 확실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틴은 "내년 초 벨라루스와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에는 옛 소련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연례 정상회의에 참석해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푸틴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국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 이후 국제사회에서 질타를 받았을 때도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82%까지 급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푸틴의 지지율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임 이후 사상 최저치(59%)를 기록한 뒤 6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옛 소련 붕괴 30주년(12월 26일)을 맞아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국민의 62%가 소련 붕괴를 아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에 들어서기도 해 지금이 푸틴 대통령이 지지율을 반등시키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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