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1경(京)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가운데 해외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 열기도 뜨거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량 기준 40%에 달하는 해외 기관들이 상장 후 최소 15일 이상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을 제시한 것. 지난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 IPO 이후 외국 기관 확약 제시 비율을 공개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일각에서 공모주들의 상장일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뒤 주가가 빠지는 것을 해외 기관들의 ‘팔자’ 랠리 탓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상장한 코스피 대어들에 비해 상장 직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제시한 외국 기관이 많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엔솔 수요예측에 참여한 외국 기관들의 신청 수량이 39억 5,633만 8,261주로 밝혀졌다. 확정된 공모가 30만 원 기준으로 주문 금액이 1,187조 원에 달한다. 단순히 신청 수량만 많았던 것은 아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전부가 희망 범위 상단(30만 원) 이상을 희망 공모가로 적어냈을 뿐 아니라 상장 이후 최소 15일 이상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외국 기관 신청 수량도 15억 783만 7,795주에 달했다. 전체 외국 기관 신청 수량 대비 38.11%에 달하는 수치다.
투자자들은 외국 기관 확약 제시 비율이 40%에 육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 기관 물량이 상장 직후 쏟아져 나오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40% 확약 제시는 지난해부터 해외 기관 확약 내역이 공개된 이후 두 번째(1조 원 이상 공모 기업 기준)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확약 비율이 53.75%보다는 낮지만 현대중공업(23.93%)·카카오뱅크(13.39%)·크래프톤(1.88%) 등에 비해서는 높다.
20년 이상 공모주를 투자해 왔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수요예측에 1경 원 이상이 몰렸다는 소식 이후 가장 관심이 쏠렸던 것 중 하나가 외국 기관 락업 제시 비율”이라며 “실제 (의무 보유 제시)외국 기관에 배정되는 비율은 40%보다 밑이겠지만, 외국 기관 투심을 확인한 만큼 주가 추이가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요예측을 마친 LG엔솔은 오는 18~19일 양일 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 나선다. 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기록해 청약 열기도 뜨거울 것으로 보여 1억 원을 청약하면 7주 정도를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인 81조 원을 넘어 LG에너지솔루션에 100조 원 이상의 증거금이 몰리면 일반 청약 경쟁률은 65 대 1 안팎이 된다. 1억 500만 원을 들여 700주를 청약한 투자자라면 비례 배정으로 5주, 균등 배정으로 2~3주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균등 배정에 531만 주 이상이 돌아가게 돼 가장 많은 청약 건수를 기록한 카카오뱅크의 186만 건을 넘어 청약 건수가 250만 건에 달할 때를 가정한 것이다.
일반 청약은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 인수단인 미래에셋·신영·하이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에서 각각 진행된다. 균등 배정을 바라는 소액 투자자는 배정 주식 수 대비 청약 건수가 적은 증권사를 선택하고, 억대 뭉칫돈 청약을 고려하는 투자자는 경쟁률을 따지며 막판까지 눈치 싸움을 해야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27일 코스피에 상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