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빈, 김새론 주연의 영화 ‘아저씨’ 여자판으로 불리는 ‘특송’. 극 중 아역이 주인공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더욱더 ‘아저씨’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의문의 인물이 어린아이를 구해준다는 설정만 같을 뿐 ‘특송’만의 매력은 분명하다. 통쾌하고 짜릿한 액션과 담백한 서사로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한껏 뽑아내며 웰메이드 작품을 완성했다.
‘특송’(감독 박대민)은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의 이야기다. 은하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체국에서 취급하지 않는 모든 것을 배송해 주는 에이스 드라이버로, 어쩌다 반송 불가 수하물이 된 서원(정현준)과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맡게 되면서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이 돼 도심 한복판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박소담의 액션은 단연 ‘특송’의 매력 포인트다. 여성 원톱 액션이라는 것이 강조됐지만 굳이 성별을 나눠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액션 퀄리티가 상당하다. 여성성을 특화하거나 간소화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작품 초반 특송 드라이버다운 짜릿한 카체이싱은 바짝 긴장하고 봐야 할 정도.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도로와 골목을 누비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맨몸 액션까지 수준급이다. 스프링클러가 작동된 주차장에서 서원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달려드는 신은 넋 놓고 보게 된다. 작품 말미 형체가 잘 보이지도 않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이들을 상대로 펼치는 액션은 클라이맥스다.
은하의 액션에는 서사가 있다. 가족 하나 없이 고양이 한 마리에 의지하며 혈혈단신 살아가는 은하. 다른 이에게는 차갑고 무감하다. 그런 그가 부모의 부재로 홀로 남은 서원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고, 그를 지키기 위해 위험에 뛰어든다. 마치 서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듯이. 또 이들이 가까워지는 모습은 어른과 아이 구도보다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여 색다르기도 하다.
대신 느끼한 감정 호소는 없다. 은하가 탈북민이라는 설정이지만 그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큰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서원도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어른들의 선택을 이해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파하기 보다 더 나아질 미래를 그린다. 이 모든 과정이 끊고 맺음이 분명해 담백하게 느껴진다.
박소담과 발걸음을 맞춘 정현준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투톱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소화한 그는 어린아이의 천진함이 있으면서도 나이의 걸맞지 않게 빠른 눈치와 속 깊은 서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 덕분에 서원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 캐릭터를 떠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았다. 정현준이 앞서 영화 ‘기생충’ 다송 역으로 박소담과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지만 두 사람의 모습에 기시감이 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악인 경필 역은 송새벽이 소화하면서 작품의 윤활제 역할을 했다. 깡패로 투잡을 뛰는 경찰이라는 설정이 뻔해 보일 수 있지만, 송새벽은 과한 연기보다 특유의 분위기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소리 지르거나 욕설을 일삼기보다 나른한 말투와 건들거리는 제스처로 새로운 악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