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이 훌쩍 넘는 패시브 펀드 시장 자금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달 말 상장과 동시에 국내 1등 배터리주는 물론 코스피 시가총액 2~3위 등극이 확실시되면서 각종 펀드의 필수품이 됐고 이들의 매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높아질 시장 변동성에 펀드와 국내 증시 수급의 변화도 예상된다.
19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오는 27일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최소 1조 2,722억 원(유동 비율 9% 가정)의 패시브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 자금이 투입될 펀드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3,949억 원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1,974억 원 △코스피200 지수 2,074억 원 △국내 대형 2차전지·BBIG 상장지수펀드(ETF) 4,725억 원 등이다. 다만 이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70조 원)을 기초에 둔 매우 ‘보수적인’ 추정액이다. 이날 증거금 100조 원을 넘긴 청약 열기가 입증하듯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면서 상승 여력이 충분하며 이에 1분기 중 LG에너지솔루션에 몰려들 패시브 자금이 1조 5,000억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음 달 3일 FTSE 조기 편입을 시작으로 2월 중 KODEX 2차전지 ETF와 MSCI, 3월 코스피200 순서로 자금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초대형 공모주의 등장으로 펀드 업계는 물론 시장 참여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시총 100조 원 달성 시 유가증권시장 속 시총 비중이 5%에 육박해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유통 가능한 주식은 전체의 10% 전후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량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으로 이들은 밸류에이션을 따지지 않고 지수 비중대로 이들을 담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부터 인덱스 펀드들의 매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단지 수급 변수에 의해 주가가 오버슈팅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주가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 LG에너지솔루션을 담을 의무가 없는 액티브 펀드들도 수익률이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에 매수에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200 대형주들과 배터리 메이커 경쟁사들도 LG에너지솔루션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펀드 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비싼 값에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면 기존 종목들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공모주의 등장이 개별 종목 이슈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교체 매매를 유발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인 이유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덱스·2차전지 펀드 등의 LG에너지솔루션 물량 확보 경쟁은 단기 시장과 대형주의 수급을 제약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