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부산기업,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분주…부담·불안감 높아

포괄적이고 명시적 기준 없는 법 체계로 우려·불안 확대

안전조치 강화·전담조직 구성 등 적극 대응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안전경영선포식도


산업 현장의 안전 조치와 의무를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부산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모호한 규정에 따른 대응 난항, 과도한 처벌에 대한 높은 우려, 해운업 등 산업 특수성 반영 부족 등의 이유로 기업 현장의 부담과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해 중대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제조·건설·운수업 중 종사자수 50인 이상의 지역기업 170개사를 대상으로 대응 현황을 파악한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인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를 비롯한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한다. 다만 종사자수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 이번에는 50인 이상 기업만 즉시 시행 대상이 된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기업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들의 일반적인 대응 방법은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확대하는 등 기존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기계 장비 조작 작업이 많은 A사는 “근로자들의 경각심을 고양하기 위해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의 위험요소 제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건설업체 B사 역시 “현장 근로자의 안전관리 개선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안전관리 매뉴얼을 재정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요구하는 안전 조치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안전 예산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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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자재 업체인 C사는 “전담 조직을 구성 중이며 노무사와 함께 법령을 체크하면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D사 역시 “안전 TF팀을 구성해 사업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취득했다”고 했다. 화학업체 E사는 “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경영선포식을 개최와 함께 안전관리 담당자들과의 간담회도 준비 중”이라고 답해 기업 경영에서 안전에 대한 이슈가 크게 부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법령의 모호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여력 약화,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온전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우려와 불안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서부산 산업단지 전경./서울경제DB서부산 산업단지 전경./서울경제DB




특히 기업의 안전 의무이행을 위한 각종 체계 구축과 관리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포괄적이고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대응수준과 기준 설정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으며 향후 처벌 사례를 보고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기업도 다수 확인됐다. 철강업체인 F사는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9가지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같은 철강업체 G사 역시 “법 기준이 모호해 대응하기 어려워 사례가 발생하면 구체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현장의 애로가 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법 대응에 따른 경영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체 H사는 “안전 조치를 위한 컨설팅 비용과 관련 설비 구축비용이 부담된다”고 했으며 건설 하도급 업체인 I사는 “원청의 안전관리비도 하도급 업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부품업체 J사는 “안전관리 종사자 임금 급등으로 채용이 어렵다”라고 말해 인력 수급에 대한 부담도 뒷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경영을 총괄하는 사업주에게 강도 높은 처벌이 규정된 만큼 기업인의 불안과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과도한 처벌 부담은 자칫 사업주의 경영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고 사업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에 기업이 안전 주의 의무에 노력했다면 면책 규정이 반드시 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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