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차관 측 "운행 중인 지 몰랐어…운전자 폭행 아냐"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차관은 지난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 전 차관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고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다투고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고 택시가 운행 중이었단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이 전 차관이 요청한 혐의(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도 “삭제가 부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택시 기사의)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차관은 A씨와 합의하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고 경찰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자 검찰은 재수사에 돌입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해 이 전 차관과 서초경찰서 경찰관 B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차관이 출석하는 첫 정식 공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