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 보기] 정치권의 3苦 부채질 멈추게 하려면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물가·금리 대응책 하루가 급한데

대통령 선거에만 매몰된 정치권

적자 국채 찍어 추경 늘려라 주문

돈 풀기 정치 국민이 멈추게 해야







명절 연휴 기간 아내와 장 보러 함께 갔는데 물건을 몇 번이나 집었다 놓았다 하는 모습을 봤다. 값이 예전보다 너무 올라 망설인 것이다. 외식하러 식당에 가면 설렁탕이든 냉면이든 메뉴판 가격이 어느새 바뀌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2.5%인데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 11∼12월 상승률은 3.7∼3.8%에 달했다. 국민 먹거리인 농축수산물만 보면 8.7%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0%로 40년 만의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올가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원유가 상승과 공급망 타격으로 올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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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입 물가가 17.6% 올랐으며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6.4%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올해 물가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며 골드만삭스는 원유 가격이 올해 3분기 배럴당 100달러를 찍는다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도 버거운데 은행 대출금리까지 올라 국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3.63%로, 신용대출 금리는 5%대 이상으로 올랐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돈줄을 조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서너 차례 또는 그 이상까지 올릴 계획이므로 우리 한은도 금리 인상을 미룰 수는 없고 앞으로도 또 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다. 미 연준의 긴축정책과 국제 정세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높아진 까닭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 도움을 주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우리 돈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저유가·저금리·저환율 등 이른바 3저(低) 현상으로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두 해 동안의 경제 충격을 맛본 우리에게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소비자에게는 세 가지 괴로움을 뜻하는 3고(苦)일 수도 있다.

정부는 물가 대응책으로 전기 요금을 동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을 막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권한을 동원해 기업의 가격 인상까지 억누르려 한다. 이 같은 방법은 통계상 물가 상승률을 낮추거나 일시적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실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없애지 못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저 다음 정부로 미루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여겨질 정도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원금을 축소해 수요 쪽 압력을 낮추고 공급 쪽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전환해 값싼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고유가 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다.

3월 대통령 선거에 매달린 정치권은 물가와 금리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국채를 발행해 지원금을 살포하려고 추가경정예산을 밀어붙인다. 적자 국채 발행이 국채금리를 상승시키고 은행 조달 비용을 높여 시중금리를 끌어올린다는 게 기본 경제 상식이다. 국채금리가 지난주 4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정치권은 국채 발행을 늘려 추경 규모를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한다. 고공 상승하는 물가와 금리를 더 띄우기 위해 안달하는 정치를 국민이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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