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車품목, 對러 수출 44% 차지…美 제재땐 타격 불가피

■우크라 사태에 기업들 '촉각'

삼성 등 현지진출 기업 부품조달 우려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 급등 예의주시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해군 함정이 발트해에서 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해군 함정이 발트해에서 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한층 고조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도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가뜩이나 공급망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러시아에 생산 라인을 두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두 기업은 러시아 현지의 세탁기·냉장고 등 주요 가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미국이 실제로 러시아 제재에 들어갈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전자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특이 사항은 없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러시아로 수입하는 부품 조달 등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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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수출 비중이 특히 높은 자동차 업계 역시 이번 사태로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 9600만 달러(약 3조 원)어치 수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수출(14억 5400만 달러)까지 더하면 자동차 관련 품목이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 가까이 된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현지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나프타·유연탄·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운 고조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배럴당 8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나프타 가격도 지난달 셋째주 기준 톤당 778달러로 연초 대비 4.5%이상 상승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긴장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가스·광물 등 글로벌공급망(GVC)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알루미늄과 니켈·팔라듐 가격이 급등한 전례에 비춰봤을 때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경고가 잇따라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교역 규모는 273억 달러(약 33조 원),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는 9억 달러로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와 0.8% 수준이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무력 충돌 발생 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연탄·무연탄 수입액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각각 16%,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KOTRA 무역관은 “경제 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의 가전, 휴대폰,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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