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위기가 거론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고갈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18년 내놓은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이 오는 2042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적립금으로 15년가량을 버티다가 2057년이 되면 전체 기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에서는 적자 및 고갈 시기가 각각 2040년, 2054년으로 2~3년씩 앞당겨졌다.
고갈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인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 탓이다. 실제 정부는 2018년 전망 때 2016년 장래인구 추계를 적용해 인구 변화를 예측했지만 예정처가 2019년 인구 전망치를 적용했더니 더 우울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19년 0.9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0.82명까지 급감한 데다 향후 특별히 반전을 나타낼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곳간 소진 속도는 앞으로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정처는 2060년 국민연금 가입자가 1220만 명에 그치는 반면 수급자는 168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이런 불균형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국민연금 고갈 시점으로 제시했던 2057년은 합계출산율을 1.3명 이상(2030년 1.32, 2060년 1.38)으로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실제 출산율은 2020년 0.84명이었고 지난해 0.7명대, 올해는 0.7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2055년에 소진된다는 것도 2019년 신인구 추계를 반영한 것으로 현재 상황과는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학·공무원·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이 모두 구조적 지속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사학연금은 자체 추계로 2051년이면 바닥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적자가 나도 나라에서 보전해주도록 설계돼 있어 향후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각각 1993년과 1973년부터 국가 보전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두 연금의 적자 합계는 2090년 38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수령액은 월 239만 원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55만 원)의 4배에 달해 해고 걱정 없이 고임금 일자리를 오래 누린 혜택을 감안하면 연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배정한 예산만 4조 1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제도가 이미 성숙해 복지 구조 조정에 나선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정치권에서 매년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경직성 지출이 불어나고 있어 4대 연금 적자를 모두 세금으로 보충해줄 경우 국가 부도 위기 상황까지 치달은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