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노후 아파트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안전진단에 나서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 문턱이 높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원활한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청은 이날 ‘잠원동아아파트’의 증축형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 용역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적격 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면 120일간 안전진단을 진행하게 된다. 잠원동아아파트는 지난해 8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약 4개월 만인 12월 시공사 선정을 마친 바 있다. 지하 2층~지상 20층, 8개 동, 991가구 규모로 2002년 준공된 이 단지는 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으로 136가구를 신축해 1127가구의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엠브이아파트’도 오는 17일 리모델링 안전진단 용역 업체를 선정한다. 지난 3일 마감한 입찰에는 총 116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적격 심사를 해 종합 평점 95점 이상인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할 예정이다. 1994년 준공된 29년 차 노후 아파트로 기존 154가구에서 23가구를 늘린 177가구로 지어진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동구청은 이달 11일까지 이 단지의 안전진단 용역 참가 신청서를 접수하며 리모델링 조합은 빠르면 3월 말쯤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6개 동, 293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수평 증축을 통해 3138가구로 변신하면 강동구 가락쌍용(2064가구), 성동구 금호벽산(1707가구) 등을 뛰어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단지가 될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이 각종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차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만 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 기준도 재건축은 D등급 이하인 반면 리모델링은 B등급(수직 증축)이나 C등급(수평 증축) 이상이면 가능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합 설립을 마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전국 94곳(6만 9085가구)에 달한다. 2019년 37곳(2만 3935가구), 2020년 58곳(4만 3155가구)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아파트 리모델링 발주 물량이 19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사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리모델링 단지의 표심 잡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6일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 출범을 축하하며 낙후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여야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리모델링 추진 여건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