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주요 상품거래소의 구리 재고량은 현재 총 40만 톤에 불과하다. FT는 “40만 톤은 각국의 수요를 1주일도 감당하지 못하는 양”이라고 분석했다. 알루미늄 역시 재고가 바닥 수준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알루미늄 재고가 내년이면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식품 쪽 원자재도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커피가 대표적으로 아라비카 원두 재고는 최근 2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산업용과 에너지·식품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시장에 재고 부족이 만연한 것이다.
시장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3개 원자재선물지수 가운데 40%가량인 9개에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이 발생했다. ‘프리미엄(웃돈)’을 얹어주고라도 당장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골드만삭스의 니컬러스 스노든 연구원은 “재고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재고 부족은 원자재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드는 원인이다. 알루미늄은 최근 톤당 3200달러로 13년 만에 가장 비싼 가격을 기록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톤당 1만 달러 이상으로 올랐고 아라비카 원두는 1년 전보다 2배가량 비싸진 2.6달러(파운드당) 안팎이다.
재고 부족과 가격 급상승은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경제와 산업이 재가동하면서 수요가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도 한 요인이다. 반면 공급은 태부족이다. 원자재 공급난이 원자재 생산 축소로 이어진 사례까지 발생했다. 생산 원가의 40%를 전기가 차지하는 알루미늄의 경우 에너지 수급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유럽·중국 등 주요 생산지들이 감산에 나섰다.
탈탄소 흐름 역시 원자재 위기를 가중시킨다. 씨티그룹은 올해 배터리용 리튬 수요가 공급을 6%가량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용 리튬 가격은 전기차 양산 확대로 지난해 한 해만 무려 400%나 치솟았다.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눈앞에 뒀다. 팬데믹으로 축소됐던 산유국 원유 생산량의 원상 회복이 지체되는 탓에 유가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지정학적 변수에 직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