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듣탱’(믿고 듣는 태연)의 컴백에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곡이 늘었다. 의심의 여지 없는 뛰어난 보컬 실력과 더 깊어진 감성이 귓가를 즐겁게 한다. 자신이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확실하고, 또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 태연이다.
14일 오후 태연의 정규 3집 ‘아이앤비유(INVU)’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사회는 재재가 맡았다.
태연의 정규 앨범 발표는 ‘불티(Spark)’가 타이틀이었던 정규 2집 ‘퍼포즈(Purpose)’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이번 앨범은 재킷 콘셉트부터 곡 스타일까지 한층 더 성숙해진 태연의 모습이 담겼다. 원숙미는 물론 신비로운 카리스마까지 엿보이는 티저 이미지는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태연은 “정규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더 기대해주시기 때문에 더 이를 갈고 신중하게 만들었다”며 “지금의 나의 모습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곡을 발표한다”는 그는 “이번에는 ‘사랑’을 주제로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다양한 장르의 13곡을 각각 특징이 기억에 남도록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 ‘아이앤비유’는 강렬하면서도 절절한 러브송이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후렴에 등장하는 플룻 멜로디가 인상적인 하우스 기반의 팝 댄스 곡으로, 매번 상처받고 지칠 걸 알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마음을 아끼지 않는 나와, 그런 자신과는 너무 다른 상대방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담겼다. 태연은 “‘NV’가 ‘부러워하다, 질투하다’ 라는 의미의 ‘envy’”라며 “‘내가 이만큼의 사랑을 주는데 이런 사랑을 받는 네가 부럽다. 나만큼 아프지 않은 네가 부럽다’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깊이감 있는 보컬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태연의 노래에는 고음이 빠질 수 없는데, 고음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이다”며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표현해 스토리텔링이 드라마틱하다”고 강조했다.
댄스곡인 만큼 안무도 준비했다. 그는 “안무 연습 영상을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하기도. 이어 “가사를 표현하기 위한 안무를 만들었다”며 “포인트 되는 ‘아이앤비유’를 상징화했다. 이 부분을 많이 따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앤비유’는 태연이 적극적으로 타이틀곡 선정에 의견을 낸 곡이기도 하다. 그는 “데모를 듣자마자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다. 처음부터 애착이 갔는데 다른 직원들에게는 많이 선택을 못 받은 곡이었다”며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해서 모험하는 내가 설득시켜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태연의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은 일찌감치 터졌다. 지난달 17일 선공개한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Can’t Control Myself)’가 음원 차트를 휩쓴 것. 이 곡은 ‘아이앤비유’와 서사가 이어진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태연은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는 게 같은 것”이라며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가 상처를 받았지만 아직 그 상처에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면 ‘아이앤비유’는 상처에서 벗어나서 나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깊게 돌아본다는 무게감 있는 감정이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차별점을 꼽았다.
특히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는 태연이 직접 작사한 곡이다. 그는 “곡을 듣자마자 느껴지는 감정으로 스토리가 머리에 떠오른다. 악기 소스 등을 통해 이야기가 상상이 됐다”며 “사랑의 상처로 인해 난도질된 한 아이가 떠올랐다. 그걸 시작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직비디오에서도 표현해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게 됐다. 실제로 아프고 힘들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전시회도 개최됐다. 태연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 카페에서 ‘아이앤비유 : 디 이그지빗(INVU : THE EXHIBIT)’를 진행하며 앨범 열기를 높였다. 그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공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새로운 콘텐츠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오감을 자극해 보자 했다”며 “시각적인 것은 당연하고 전시장에 앨범 전체의 인스트루멘털을 깔면서 스팟마다 사운드를 다르게 했다. 시그니처 향수를 만들어 후각도 느끼게 하고, 콘셉트에 맞게 포토 스팟을 만들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아담하고 귀엽게 I, N, V, U 알파벳 쿠키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정상 걸그룹부터 솔로 가수로서 최정상을 밟아온 태연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발매한 솔로 앨범으로 총 105만1,567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여자 솔로 가수 중 최다 앨범 판매량을 기록(가온차트 2011년 1월~2021년 11월)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합이 맞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절대 나 혼자 이 앨범을 만들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각자 위치에 맞는 분들이 각자의 장점을 갖고 집중과 몰입을 해줬기 때문에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이번 앨범도 역시 서로 제시하고 제안하고 설득시키고 당하면서 만들어낸 앨범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닛으로도 사랑받았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보아와 소녀시대 태연, 효연, 레드벨벳 슬기, 웬디, 에스파 카리나, 윈터가 모인 프로젝트 유닛 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로 활동했다. 태연은 “정말 재밌었다. 나도 신기한 그림이었다”며 “사실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아서 친해질 기회가 넉넉하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을 통해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다가가기도 했다. 보아 언니가 계속 나보고 리더라면서 내 어깨에 새로운 짐을 얹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벤져스 같은 희열감도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많은 후배들은 그런 태연을 롤모델로 꼽는다. 태연은 “기분이 정말 좋고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모습들이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하다”며 “후배들도 각자 그리는 미래가 있을 텐데 표현을 잘 했으면 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들과 추구하는 것들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을 보면 항상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 기회들을 잘 잡고,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선배다운 말을 남겼다.
올해 소녀시대로 데뷔한 지 16년 차, 솔로로는 8년 차가 된 그가 오랫동안 톱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과 자신”이다. 그는 “나 자신이 자꾸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그때그때 다른 내가 나타나서 움직이게 만든다”고 톱가수다운 답을 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십수년간 ‘음원퀸’ ‘믿듣탱’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새롭게 원하는 수식어에 대해 묻자 그는 “대체할 수식어가 없는 가수. 대체불가 태연”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재재는 “줄여서 ‘대불탱’ 어떠냐”고 말해 태연을 폭소케 했다.
태연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지금의 나를 남기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다. 2021년부터 2022년 현재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며 “지금 내가 꽂혀 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함께 공감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나의 큰 목표도 비슷하다”며 “듣는 이들이 굉장히 많을 텐데, 한분 한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큰 목표다. 그러려면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고 되새겼다.
한편 태연의 ‘아이앤비유’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