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목요일 아침에] ‘타키투스 함정’에 다가선 후보들

문성진 논설위원

이·윤, 비호감 60% 넘어 국민적 밉상

"누가 이겨도 나라 앞날 암울" 전망까지

칼리굴라·네로 등 패륜 황제 비참한 최후

미래 비전 갖는 통합의 정치만이 해결책





대선을 눈앞에 둔 요즘 불쾌지수가 아주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거친 말이 도를 넘었고 연일 터지는 의혹들은 점입가경이다.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최근 기자가 만난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여권의 독주와 야당의 격렬한 저항으로, 윤 후보가 이길 경우 역시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비협조로 정치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후보를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싸잡아 비난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어차피 양 당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텐데 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은 암울하다”고 했다.

최악 후보의 맞대결이 남길 후유증이 정말 걱정이다. 이·윤 두 후보는 모두 비호감이 60%를 웃돌 만큼 이미 국민적 밉상이 됐다. 역사는 미움받은 권력자의 말로가 늘 비참했음을 말해준다. 로마 3대 황제 칼리굴라는 즉위 초 감세 정책 등 대중 영합 정치로 인기가 높았지만 자신이 신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뒤로는 신전 건설 등의 헛된 일에 재정 낭비를 일삼다가 측근의 의해 살해됐다. 어머니와 스승까지 죽이는 잔혹한 폭정을 자행했던 5대 로마 황제 네로는 온갖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고를 탕진하더니 로마를 불 질렀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반란군에 쫓기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패륜 황제들의 반복적 비극을 목도한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역사’라는 책에서 “일단 황제가 인민들이 미워하는 대상이 되면 그가 하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혐오를 가져온다”고 일갈했다. ‘타키투스 함정’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국가 통치자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그가 어떤 말을 하든 거짓으로 여겨져 정치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은 이·윤 후보라고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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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절반이 훨씬 넘는 국민들의 미움을 받는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타키투스 함정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모든 게 두 후보의 자업자득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대장동 특혜 분양 등의 의혹들을 후련히 털어내지 못했고, 윤 후보 역시 검찰 재직 때 수사권을 오남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후보의 부인들이 나란히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 의혹과 허위 이력 문제 등은 대선 후에도 여진이 계속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두 후보가 대선 후폭풍을 피해갈 수 있을까. 일단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제안으로 윤 후보에게 기회가 왔다. 만약 윤·안 후보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분명한 비전 속에 통합을 이룬다면 비호감 대선에 극적 반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단일화를 두고 서로 득실만 따지는 꼴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이런 식으로는 단일화도 힘들지만 설령 된다고 해도 분열의 정치가 더 고착화할 뿐이다.

정당정치의 석학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가 대선과 관련해 기자에게 던진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해방 이후의 주요 선거들이 총망라된 학술서 ‘한국정당정치사’를 통해 대선에서 뭉친 쪽이 이기고 갈라진 쪽이 졌다는 ‘승리 공식’을 규명해낸 그가 “이번만은 그 패턴이 깨졌으면 좋겠다”는 뜻밖의 말을 한 것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 보복이 반복됐는데 그래서는 정치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선 후 타키투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숙적 원소를 격파하고 확보한 모든 기밀 서류를 불태워 정치 보복의 여지를 없앰으로써 삼국 통일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조조는 삿된 감정으로 수십만의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고 부친의 친구인 여백사의 일가족까지 몰살한 희대의 악인이다. 그런 조조도 했던 포용의 정치를 이·윤 후보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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