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공기 저항력 줄이자"…빙속 경기복엔 골프공처럼 '미세한 홈'

[동계올림픽에 숨은 과학]

컬링에 사용하는 원반형태 스톤은

습도에 강한 특수 화강암으로 제작

종목따라 빙면온도·날모양도 달라

기후위기 여파 100% 인공눈 사용

선수들 적응 못해 넘어지기 일쑤

컬링 국가대표인 김은정 선수가 스톤을 과녁을 향해 밀고 있다. 연합뉴스컬링 국가대표인 김은정 선수가 스톤을 과녁을 향해 밀고 있다. 연합뉴스




‘빙상판의 표면 수막현상부터 곡선과 직선에 각각 적합한 스케이트 날, 100% 인공 눈 의존까지….’ 컬링·스케이팅·썰매 등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2월 4~20일)’에는 숨겨진 과학이 많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공 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환경 파괴와 물 부족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톤과 브룸의 컬링 과학=컬링은 4개의 크고 작은 동그란 과녁(하우스)에 스톤(돌)을 넣어 10엔드(회) 동안 각각 중심 과녁에 가까이 스톤을 넣은 팀이 점수를 딴다. 빙판에는 얼음 알갱이가 뿌려져 있는데 스톤이 가는 길을 마모성 합성 소재로 된 브룸(빗자루)으로 닦아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브룸으로 바닥을 문지르면 마찰열에 의해 순간적으로 표면이 녹아 수막이 생긴다. 차가 빗길에서 더 빨리 미끄러지는 것처럼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스톤은 지름 30㎝에 손잡이가 달린 원반 형태의 돌로 스코틀랜드 에일사크레이그섬과 영국 웨일스의 특수 화강암으로 만든다. 아주 단단하고 습도에도 강하면서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일반 화강암을 쓰면 빙판의 녹은 물을 흡수해 내부가 팽창하며 갈라진다. 선수 신발은 한쪽은 마찰을 최소화하는 합성 물질, 다른 쪽은 덜 미끄러지는 고무로 돼 있다. 스톤을 밀 때 놓는 지점을 넘기 전 손잡이를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톤의 센서가 선의 자석을 감지해 빨간불이 들어온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예림 선수가 미소를 띠며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예림 선수가 미소를 띠며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빙판의 표면 수막현상은=춤추듯 점프와 회전 등을 하는 피겨스케이팅의 빙판 온도는 영하 3~4도가 적합하다. 압력이 가해질 때 녹는점 근처에서 고체 물질의 표면이 조금씩 녹는 ‘표면 녹음’ 현상 때문이다. 이 온도에서는 빙판 표면이 물 분자 2개 정도의 아주 얇은 물층이 형성되며 얼어붙어 선수들이 부드러운 동작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선수들에게는 꽁꽁 언 빙판이나, 표면이 많이 녹거나 모두 안 좋다. 표면 녹음 현상은 마이클 패러데이(영국의 화학자·물리학자)가 처음 제시했고 이후 많은 학자가 표면 녹음에 따른 물층이 물체를 미끄러지게 한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겨울철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도 얼음의 표면 녹음 현상 때문이다.



△피겨스케팅과 쇼트트랙의 다른 빙질=피겨스케이팅을 타는 빙판은 5㎝로 두껍고 부드러운 게 좋다. 반면 스피드와 코너링이 중요한 쇼트트랙은 빙판이 3㎝로 다소 얇고 온도도 영하 7도 정도로 낮은 편이다. 다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팅이 끝난 뒤 빙판 아래 냉각관과 온수관을 통해 얼음을 빠르게 바꿔 주는 과정이 제대로 안 돼 쇼트트랙의 빙질이 좋지 않아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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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직선에 적합한 스케이트 날은=쇼트트랙은 111.12m의 트랙 중 절반 정도가 곡선이다. 따라서 원심력에 의해 선수가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날이 중심에서 왼쪽에 있다. 날이 얇고 가운데가 불룩한 형태라 안정적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날이 길면서 평평한 점이 특징이다. 직선 코스가 많아 날이 고르게 넓어야 발로 차는 힘이 강해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골프공 딤플 같은 쫄쫄이 홈=선수들이 입는 경기복이 쫄쫄이인 것은 공기에 대한 ‘저항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복에는 골프공과 같은 홈이 있다. 이 홈은 몸에 부딪히는 공기를 분산시켜 뒤쪽의 소용돌이를 방지한다. 골프공에 울퉁불퉁한 작은 홈(딤플)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할 때 공기저항이 더 적다.

△헷갈리는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빙판 트랙을 질주하는 데 있어 가속도를 내고 방향을 조절해 미끄러지지 않는 게 핵심이다. 선수들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춘다. 1억 원이 넘는 봅슬레이는 원동형 썰매인데 도르래 같은 손잡이를 잡아당기면서 날을 움직여 방향을 조정한다. 브레이크는 뒤편에 있다. 누워서 타는 루지는 방향타에 양발을 걸어 방향 조정을 한다. 출발할 때 얼음을 빠르게 짚고 내려가기 위해 장갑 끝에 스파이크가 달려 있다.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은 별도의 장치 없이 어깨와 무릎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방향을 바꾼다.

100% 인공 눈을 쓰는 이번 올림픽에서 제설기가 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100% 인공 눈을 쓰는 이번 올림픽에서 제설기가 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로 100% 인공 눈, 환경 파괴=동계 올림픽에서 인공 눈에 의존하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제기된다. 인공 눈 비중이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는 80%, 2018년 평창에서는 90%, 이번 베이징에서는 100%에 달한다. 1980년 미국 뉴욕 레이크플래시드에서부터 인공 눈을 일부 쓰기 시작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타지에서 눈을 헬리콥터와 트럭에 실어오기도 했다. 소치에서는 지하 창고에 50만 톤의 눈을 저장해 사용했다. 캐나다 워털루대는 지난달 탄소 배출량이 지금 추세대로 오는 2050년까지 지속되면 동계 올림픽 역대 개최지 21곳 중 17곳이 개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올림픽에서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4900만 갤런(약 1억 8549만 ℓ)의 물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1억 명의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인공 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화학물질을 첨가하고 눈 제조기의 소음도 커 환경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환경 파괴와 물 부족 사태를 야기하는 것이다. 카르멘 드종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지리학과 교수는 “6개월가량은 근처 생태계의 물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공 눈은 대체로 선수들에게도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 인공 눈은 얼음과 공기의 비중이 각각 10%. 90% 선인 자연 눈에 비해 얼음이 30%대로 높아지며 눈의 입자 부피가 작아 빈틈이 없다. 그만큼 얼음처럼 단단하게 뭉쳐 가속도가 붙는다. 정상급 스키 선수들이 인공 눈에 적응하지 못해 넘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일부 예찬론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인공 눈은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지만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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