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수일 내 침공" "추가 철군"…美·러 공방속 외교해법 불씨 살려

양국 외무 내주 유럽서 회동

바이든 "러 병력 추가 배치"에

러는 "계속 귀환 중" 진실게임

러 병력 순환 배치 의구심도

동부 돈바스 이틀째 교전 속

'우크라 불침공' 美조건 수용

러-서방 외교적 타결 기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며칠 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이튿날인 18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병력과 군사 장비들을 추가로 귀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한 러시아 병력에 대한 서방과 러시아의 ‘진실 게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제 교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병력을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선에서 빼는 척하면서 순환 배치하는 것일 뿐이라고 믿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 반군 역시 서로가 먼저 공격받았다고 주장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다음 주 유럽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러시아가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보안국 및 경찰 요원과 함께 17일(현지 시간) 하르키우의 이동 검문소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러시아가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보안국 및 경찰 요원과 함께 17일(현지 시간) 하르키우의 이동 검문소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러 ‘대규모 공습’이 전쟁 시작”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어떤 군대도 철수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군대를 국경으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내 예상에는 러시아가 수일 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을 침공 ‘D데이’로 지목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또 한번 러시아의 군사행동 개시 시점을 특정한 것이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공격받은 것처럼 꾸미는 ‘가짜 깃발 작전’을 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국무장관도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보기관에서 파악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도 일부 공개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한 뒤 사이버 공격으로 핵심 인프라를 마비시키고 이후 수도 키예프로 병력을 돌진시키는 것이 러시아의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의 병력과 장비를 실은 또 다른 군용 열차들이 예정된 훈련을 마치고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의 영구기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성명은 이번 이동에는 병력, 특수 장비, 군사 물자를 실은 대형 차량 30대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크림반도에서 전투기 10대가 철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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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병력 추가 철수 발표는 전날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부대사 바트 고먼을 추방하며 긴장 수위를 높인 지 하루 만에 나와 의구심을 자아낸다.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교란 작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지역인 루간스크주의 한 유치원 건물 벽이 17일(현지 시간) 포격으로 뚫려 있다.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먼저 공격해 반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지역인 루간스크주의 한 유치원 건물 벽이 17일(현지 시간) 포격으로 뚫려 있다.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먼저 공격해 반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의 공격이 있었지만 대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별감시단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전선에서 약 530회의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친러 반군은 이틀째 “우크라가 선제 공격”

우크라이나 사태의 ‘뇌관’으로 떠오른 돈바스 지역은 이날도 포화에 휩싸였다. 이 지역을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측은 이날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8일 오전 5시 30분께 자국의 한 마을을 겨냥해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돈바스 내에 위치한 루간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친러 반군을 공격했다고 알려진 데 이어 재차 ‘우크라이나 선제공격’설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친러 반군 측이 먼저 포격을 가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양측은 또 상대방이 먼저 유치원과 학교 등 민간 시설을 노렸다는 비판을 주고받기도 했다. 돈바스 지역의 휴전 상황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별감시단은 16~1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대치하는 전선에서 약 530회의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블링컨, 러 외무와 내주 회담

이런 가운데 외교적 해법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무부 측은 블링컨 장관이 다음 주 유럽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러시아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외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의 화상 회의도 관심이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일본·이탈리아·캐나다 정상은 이날 화상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사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G7 외무장관들도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안보회의 기간 별도로 만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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