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 이재명 "재건축 규제 뻥 뚫겠다"..수도권 민심 확보에 총력

30만 입주민 겨냥 '노후 신도시 특별법' 공약

이재명 "1기 신도시 30년 경과..주택 노후화"

수원·안양 시민들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싫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안양시 공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안양시 공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노후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박빙 열세 구도를 벗어나려면 수도권 민심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판단, 수원시와 안양시를 차례로 찾아 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대형 토목 공약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거듭 고개를 숙이면서 시장의 요구를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양중앙공원에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30년을 경과하면서 주택과 기반시설이 노후화됐지만 온갖 규제로 재건축, 리모델링은 더디기만 하다"며 "막힌 규제는 뻥 뚫어드리고, 1기 신도시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후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노후 신도시 특별법은 △규제 해제로 재건축과 리모델링 활성화 △신도시별 맞춤형 신교통수단 도입해 첨단 미래도시 조성 △베드타운에서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자족형 도시 조성 △개발이익 환수해 신도시 균형발전에 재투자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방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는 노후 주택 기준인 '입주 30년'에 근접해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높은 용적률 등으로 좀처럼 사업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신용대사면도 재차 약속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신용불량된 분들을 신용대사면해 정상적 금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코로나 때문에 빚져서 망하게 생긴 분들의 코로나 관련 채권을 정부가 다 인수해 채무를 탕감하고, 조정해 정상적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국가가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이 가장 적은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왜 이렇게 인색한 것이냐.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2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안양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이 후보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2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안양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이 후보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측은 현재 수도권에서 압도적 격차를 내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류됐던 서울에서 5% 이상의 격차로 패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인구 수가 1400만인 경기도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압도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정치적 자산을 쌓아 온 경기도에서 본격적으로 반등세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인구 4분의1인 경기도가 결정하면 대한민국이 결정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도 유세에는 김진표·박광온·백혜련·김태년·조정식·김영진·안민석·김승원 의원 등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이 총동원됐다. 안양 유세에는 주최측 추산 1만20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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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능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지역별로 살펴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영호남의 인구 규모(1350만 vs 500만)에서 발생하는 득표수 차이, 서울 박빙 열세 등의 핸디캡을 수도권에서 모두 극복해야 된다”면서 “인천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 지지세가 엇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결국 표 계산을 해보면 경기도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격차를 보여야만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도 민심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 한국갤럽의 정례조사에 따르면 인천·경기 지역의 경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 후보는 36%로 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44% 대 31%로 이 후보가 크게 뒤졌다.

실제 경기 남부권의 경우 여전히 어느 한쪽에 마음을 주지 않은 부동층 비율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원시 인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이 모(34)씨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 서울은 집값이 2배 넘게 뛰었지만, 이 지역 일대 아파트는 거의 그대로여서 박탈감이 상당하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뽑았던 또래 친구들도 이번 만큼은 절대 뽑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 이탈층이 윤 후보에게 그대로 흡수될지는 미지수다. 수원시 망포동에 사는 30대 여성 유 모 씨는 “민주당의 국정 방향에 그동안 동의가 안되는 게 너무 많아 찍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가 맘에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직 어디에 흔쾌히 마음을 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아마도 안 후보를 찍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이날 공개한 1기 신도시를 겨냥한 주택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했다. 안양시 범계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청년은 “평촌 일대가 재건축이 활성화된다고 하면 부모님 세대한테는 주목을 끌 것 같다”면서도 “우리 같은 청년들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은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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