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혼 부부 건수가 3분의 1 이상 급감하면서 이른바 ‘30일 숙려기간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원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다수의 지방 정부에서 지난해 등록된 이혼 등기 건수를 집계해 공개한 결과 2020년 대비 다수 지역의 이혼 건수가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챗 공식계정 ‘샤오싱발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장성 샤오싱의 이혼 등기 건수는 기준년도 대비 37.76% 감소한 5,554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이혼 건수 급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지난해 1월 도입된 이혼 숙려제도가 언급됐다. 이혼 신청을 한 부부들에게 30일 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한 행정 과정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샤오싱 지역에서 이혼 신청을 한 부부의 수는 9,998쌍에 달했으나, 이들 중 30일의 숙려 기간이 끝난 후 실제로 정식 이혼 과정을 완료해 갈라선 이들의 수는 5,554쌍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이혼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이혼율이 낮아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당수의 현지 주민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지난해 중국 부부의 이혼율 급감이 이혼 숙려제도가 가진 각종 행정 처리 과정에서의 허점으로 인해 이혼 당사자들이 혼란을 초래하며 벌어진 수치 상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제도가 가진 행정 처리 과정 상의 각종 번거로움을 문제 삼았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은 중국 당국의 이혼 승인을 받기 위해서 사실상 30일이라는 숙려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사자가 직접 관할 공안국에 이혼 등기를 신청하고 행정 수속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에 신청했던 이혼 신청 과정은 사실상 전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30일의 숙려 기간이 종료된 이후 이혼 등기소를 찾아 공식적인 이혼등기를 완료해야 하는데, 지난해 샤오싱 지역에서 이혼 신청을 한 부부 9,998쌍 중 무려 3,537쌍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혼 과정 중 겪어야 하는 행정 상의 번거로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혼 당사자 중 한쪽이 숙려 기간의 시작을 관할 공안국을 찾아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30일의 숙려 기간이 시작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30일 기간 중 배우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다시 진행해야 한다. 때문에 이혼 숙려제도가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의 결혼의 자유를 정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행정 상의 불편을 초래해 사실상 이혼을 강제로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제도 도입을 통해 무분별한 이혼을 줄여 사회 안정화를 꾀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행정 처리의 난항이 부부 갈등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모 IT회사에 재직 중인 39세 직장인 여성 A씨는 “이혼 숙려제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도입에 대한 논의의 소문을 들어왔는데, 그 당시 이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부부들이 많다”면서 “현재 중국 법원에서 이혼 판정을 받는 일을 매우 어렵고, 사실상 행정 절차의 번거로움 탓에 이혼 대신 별거를 선택하는 부부들의 사례도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혼 자체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의 이 제도가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