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서방 러시아 제재 아직은 ‘순한 맛’(?)… "점점 매워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개최된 필수 광물 확보 관련 화상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잠시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개최된 필수 광물 확보 관련 화상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잠시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며 각종 제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 은행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고 독일과 러시아를 직결한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2 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아직 모든 제재의 패를 다 내보이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국제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도 러시아의 다음 수에 따라 제재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러가 이미 제재 대비한 은행 때렸다


미국 재무부는 22일(현지 시간) 2곳의 러시아 국영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재를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 부문을 담당하는 은행인 프롬스비야즈와 개발 관련 금융기관인 VEB가 그들이다. 이들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프롬스비야즈와 VEB의 자회사 42곳도 제재 대상 목록에 올랐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러시아 국영은행인 VTB 은행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데니스 보르트니코프 등 금융·경제계에 포진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보르트니코프 의장은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의 아들이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전 총리의 아들인 페트르 프라드코프 PSB 최고경영자(CEO)와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 부실장의 아들인 블라디미르 키리옌코 VK그룹 CEO도 제재 대상이 됐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가 러시아의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프롬스비야즈는 당초 민영 은행이었다가 2017년 러시아 중앙은행이 인수하면서 국영화한 곳이다. 이때부터 푸틴 정부는 프롬스비야즈를 방위 산업을 전담하는 특수 목적 은행으로 만들었다. 당시 미 의회에서 러시아 국방 분야에 대한 제재가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롬스비야즈 자체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설계된 곳”이라고 전했다. 실제 프롬스비야즈도 미국의 제재 소식에 “예전부터 제재에 대비해온 만큼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관련기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협력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협력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국채 제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부채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2020년 초 34%에서 지난해 11월 말 20.5%로 크게 낮아졌다. 러시아가 제재에 대비해 국채 의존도를 낮추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이미 외환 보유고를 5000억달러 이상으로 늘려놨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러시아를 대상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 및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일절 막는 이른바 ‘화웨이식’ 제재는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해당 제재 부과를 계속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이제 시작, 모든 옵션 테이블 위에”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서방의 제재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수석보좌관 출신인 줄리아 프리드랜더 미 대서양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제재 효과가 기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WP는 서방의 이런 제재가 러시아의 다음 수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다만 상황은 미국과 유럽이 점차 제재 수위를 높여가며 푸틴 러시아 정부를 압박해 나가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도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결제망 퇴출은 러시아 민간 분야의 막대한 피해를 고려해 검토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적 직전까지 치달은 만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미국 당국자도 “모든 (제재)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진 상태”라고 했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