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Global Who/평가 달라지는 우크라 대통령] 초짜 지도자에서 反푸틴의 리더로

서방·러시아 외교전 벌일 때 정작 '투명 인간'

침공 이후 평가 급반전, 美 도피 권유도 거절

여론 91%가 지지 "그의 SNS, 反푸틴 구심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해 러시아의 침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해 러시아의 침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을 초래한 코미디언 출신 ‘초짜’ 대통령에서 대러 항전을 이끄는 ‘전쟁 지도자’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러시아의 침공 전후로 급반전했다. 침공 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숨 가쁜 외교전을 펼칠 때만 해도 당사국 지도자인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침공이 시작되자 러시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수도 키예프를 지키고 있는 그가 전쟁 지도자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침공 초반까지만 해도 젤렌스키의 무능력이 전쟁을 초래했다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던 국제 여론이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고국을 지키는 대통령이 구심점이 돼 결사 항전의 의지를 키우고 있다며 달라진 평가를 내리고 있다.



27일(이하 현지 시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여론조사 기관 레이팅스가 18세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에 불과했다. 러시아 침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러시아를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할 정도로 러시아 격퇴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현지 매체인 키예프인디펜던트 소속 안나 미로니우크 기자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나를 포함해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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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과정에서 나타난 큰 변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먼 꿈”이라며 자국 헌법이 규정하는 나토 가입 기조를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해 안팎으로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외신들은 그가 2015년 드라마 ‘인민의 종’에서 대통령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끈 이유 하나로 대통령이 됐다며 그를 평가절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일 독일에서 개최된 뮌헨 안보 회의부터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직접 회의에 참석한 그는 대(對)러시아 제재 부과를 주저하는 서방을 향해 “전쟁이 시작된 뒤 고강도 제재는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동시다발 타격으로 침공이 시작된 24일 이후 키예프 대통령궁을 지키고 있는 그는 바이든 정부의 도피 권유에 “내게 필요한 것은 (도피를 위한) 차량이 아닌 (러시아와 싸우기 위한) 총알”이라고 답하며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군청색 티셔츠 차림으로 조국 수호를 호소하는 그의 모습이 우크라이나를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침략의 희생자로 보이도록 고무시켰다며 키예프에서 현지 상황을 알리는 그의 SNS가 “전 세계의 ‘반(反)푸틴’ 구심점이 됐다”고 논평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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