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지만 저가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지며 상위 20%(5분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하위 20%(1분위)의 10배가 됐다.
28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 가격 통계를 보면 2월 전국 1분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전월(1억 2407만 원)보다 65만 원 떨어져 1억 2342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의 평균가는 전월보다 2300만 원가량 오른 12억 3639만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5분위 배율은 10.0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의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5분위 배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8.6에서 8.8 사이를 유지했지만 11월 9.3, 12월 9.5 등으로 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자 대출 가능권이었던 중저가 주택시장이 타격을 입은 반면 이미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받고 있던 초고가 주택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값도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특히 강남(11개 구)의 경우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2월 들어 ‘대출금지선’인 15억 원을 넘겼다. 한강 이남 아파트 평균 가격이 15억 원대를 뛰어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강북 14개 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도 1월 9억 9819만 원에서 2월 10억 487만 원으로 10억 원 선을 돌파했다.
집값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서울의 내 집 마련 기간도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발표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인 PIR(2021년 12월 기준)은 20.1이었다.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하고도 1개월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