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사라진 재정정책 계획과 포퓰리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대선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향후 5년의 국정 주체를 선택하는 행사다보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주요 후보들은 장밋빛 정책으로 가득한 보따리를 풀어내느라 분주하다. 대부분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정책들이다. 기존의 정책이 놓치고 있거나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는 정책을 마다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우리의 현 재정상태가 새로 더해지는 정책들에 소요되는 추가 재원을 과연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팬데믹 발생 이후 3년간에 걸친 연속적인 확대재정으로 우리의 재정여력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2020년 이후 3개년 간 관리대상재정수지의 누적적자 규모는 거의 300조원에 이른다. 역대 어느 정부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재정적자를 합한 210조원보다도 훨씬 크다. 재정적자는 달리 여윳돈이 없는 한 모두 국채 발행으로 메워진다. 나중에 우리가 세금으로 갚아할 나랏빚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한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 5년간 늘어난 빚이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올해 국가채무가 이미 1075조원에 이른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더불어 복지지출을 급히 늘린 결과다. 국민을 위해 쓰인 돈이니 반드시 낭비라고는 볼 순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한 해 100조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만성화되는 기조가 극히 염려된다. 이 속도라면 5년 후 우리 국가채무 비율은 60%를 넘어, 재정위험에 대한 경계가 요구되는 구역으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 여러 선심성 복지정책들로 추후 재정적자는 더 커지고 채무도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에게 꼼꼼한 재원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제시된 재원대책들 중 믿을만한 내용은 거의 찾기 힘들다. 모두 두리뭉실하고 막연한 재원대책뿐이다. 경기개선에 동반되는 자연적인 세수증가분을 이용한다거나 세출구조조정으로 조달하겠다는 언급 밖에 보이지 않는다. 증세 논의가 사라진 자리에는 온갖 명분의 세금감면 논의가 넘쳐날 뿐이다. 멀쩡히 걷고 잇던 세수마저 못 걷을까 우려될 판이다. 네거티브로 얼룩진 캠페인 과정에서 우리 재정의 미래 청사진은 그 단초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혼탁한 분위기의 선거라지만, 많은 국민은 그 가운데서 누가 국정의 진정한 지도자감인지 가려내고 싶어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의 재정을 슬기롭게 운영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박빙의 표차로 판가름이 날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이념적 편향이나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상당수 국민들이 아직도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것은 후보자의 정책 능력에 대해 아직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중립지대의 유권자들을 지지자로 만드는 좋은 방법은 국정운영에서 신뢰를 얻는 것이고, 그 첩경은 난맥에 빠진 재정운용의 투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튼튼한 재정은 우리 경제가 강건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건전한 재정은 양호한 국가신용도를 유지하고 여러 위기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국가를 책임지고자 한다면,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국민을 설득할 재정정책의 명확한 비전과 계획을 제대로 준비하여 제시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