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러시아 수출목표 3배 늘려잡은 쿠첸 등 ‘울상’

■中企, 우크라 사태 긴장감 고조

쿠첸 '플렉스쿡' 흥행 전략 타격

임플란트·시멘트업계 등도 우려

'스푸트니크 CMO' 제약·바이오

비상 상황 맞아 직접 판로 개척

중기부 '피해접수센터'서 지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러시아 사업 비중이 큰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이 12일부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 7곳 등을 차단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 중소기업들은 수출 전략 등 대외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수출을 늘려 가던 임플란트업계를 비롯해 주방 가전, 시멘트업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업체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러시아 등을 해외 수출 성장판 가운데 하나로 삼고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임플란트 2위인 덴티움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러시아 수출이 7%를 차지한다. 러시아 수출을 늘려가던 중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는 임플란트가 전략 물자가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돼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러시아 경기가 악화할 경우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수출에 속도를 냈던 쿠첸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지 셰프의 레시피 70개를 추가해 러시아에 수출한 ‘플렉스쿡’이 큰 인기를 끌어 올해 수출 목표 물량을 당초보다 3배 올려 잡았지만 전략을 수정해야하는 상황이다. 2월까지 선적한 물량에 대한 수금은 완료해 아직까지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전략품으로 삼았던 ‘플렉스쿡'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쿠첸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이외에도 기존 거래선과 활발한 협력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신규 거래선을 찾아 러시아 수출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유연탄 수입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시멘트업계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멘트의 원자재인 유연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러시아 비중이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장은 비상 상황이 아니지만 한달 이상 지속될 경우 비상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달 반 정도의 분량이 비축돼 있다”며 “전쟁이 한달 이상 지속될 경우 비상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위탁생산(CMO)할 예정이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의약품은 제재 범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과 영국부터 러시아 국부 펀드인 ‘RDIF(러시아 직접 투자 기금)'까지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스푸트니크V는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 신뢰도 타격도 불가피하다.

당장 지난달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WHO의 러시아 제조 현장 검사를 위한 방문도 어려워졌다.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 CMO를 맡은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지엘라파, 이수앱지스 큐라티스, 보령바이오파마 등)과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 계약 무산과 같은 문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사업 속도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용화 제품 생산 생산을 마치고 출고만 기다리고 있는 한국코러스는 러시아와 협의를 이어가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직접 판로 개척에 나섰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의약품은 제재 대상 제외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금에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수입처에서 일부 금액일 먼저 받는 방식으로 협의 중"이라며 "러시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자체 보유한 중동 파트너사를 통해 직접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피해상황 파악 및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피해 접수센터’를 2일부터 가동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최신정보 제공 등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연승 기자·이완기 기자·이재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