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통화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증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러시아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퇴출 결정도 강한 반등을 거들었다. 해당 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돼 국내 증시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이달 중 연간 저점을 지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56포인트(1.61%) 오른 2747.0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34포인트(0.97%) 오른 2729.86에 출발해 오후장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개인이 3936억 원을 팔아치웠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34억 원, 2611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6.87포인트(1.88%) 오른 912.32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불어넣은 것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강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보다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우려보다 파월 의장이 덜 매파적인 발언을 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미국 경제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고 노동시장은 견고하다며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종 자금이 1조 7700억 달러에 이르는 MSCI 신흥국지수에서 러시아가 빠지면서 한국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선반영된 점도 지수에 힘을 보탰다. MSCI는 2일(현지 시간) 러시아지수가 신흥국(EM)지수에서 독립 시장 상태로 재분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9일 종가로 지수 변경이 이뤄진다. 이 같은 조치는 향후 MSCI가 별도로 언급할 때까지 지속된다. 지난 1일 기준 러시아의 지수 내 비중은 약 1.5%로 추산됐다. 이 비중만큼 다른 국가들이 나눠 갖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한국의 비중은 기존 12.2%에서 12.4%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수 편출로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을 최대 4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가 지수에서 제외된다면 한국의 외국인 유입은 패시브 추종 자금 기준으로 약 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여기에 액티브 추종 자금을 고려하면 추가적으로 약 3조 1000억 원이 더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주도 업종인 반도체주도 반등하며 증시에 온기를 전했다. 최근 소재 재고가 바닥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분위기였지만 미국 내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67%, 3.20% 올랐으며 소재 업체인 에스앤에스텍(7.89%), 장비 업체인 원익IPS(4.75%) 등이 급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3월 FOMC 전후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각국이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면서 고용 개선과 소비 여력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 연구원은 “2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글로벌 경기회복과 맞물린 실적 전망 상향 조정, 원화 강세로 인한 외국인 수급 개선 등 차별적인 동력 유입이 기대된다”며 “글로벌 증시 대비 상승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