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차 평화회담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회랑(humanitarian corridor)’ 개설과 회랑 주변 지역에서의 휴전에 합의했다. 군사 행동 중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반쪽의 성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차없이 싸워 나가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은 이날 벨라루스의 벨라베슈 숲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을 열고 조만간 3차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인도주의 회랑’이란 위기 지역 밖으로 민간인이나 난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임시 비무장 지대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끈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회담 이후 “양측은 민간인 대피를 돕고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인도주의 통로를 공동 개설하기로 했다”며 “통로에서 대피가 이뤄지는 동안 일시적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합의가 “큰 진전”이라면서도 “오늘 해결한 문제는 무력 충돌 지역에 남겨진 민간인 구조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간인 대피 외의 내용에 있어서는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기대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표명했다. 메딘스키 보좌관 역시 “군사적 문제, 국제·인도주의적 문제, 분쟁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 등 세 가지를 논의했지만 이 중 일부 문제에서만 상호 이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쟁 중단의 열쇠를 쥔 푸틴 대통령은 군사 행동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군사 범죄를 저지르는 민족주의 무장 조직 대원들과의 가차 없는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간인 포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인도주의 회랑을 통해 민간인을 내보낸 뒤 대대적인 공세를 벌여 우크라이나 병력을 전멸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양국은 추후 협상 문도 열어둔 상태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3차 협상이 다음 주 초에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