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Why] 우크라 사태 중재자 자처하는 국가들…그 속내는?

군사·경제 관계 밀접한 터키…10일 장관급 회담 개최

이스라엘, 이란 핵협상 복원·시리아 내전에 러시아 의존

러시아 친분 과시하는 중국, 중재자로 나설까 ‘주목’

EPA연합뉴스EPA연합뉴스




7일(현지 시간) 벨라루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의 3차 협상이 큰 진전 없이 끝난 가운데 오는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회동한다. 침공 이후 처음 열리는 장관급 회담이라는 사실 못지 않게 국제사회의 주목을 끄는 것은 회담 개최 장소다. 앞선 대표단 간 회담과 달리 이 회담은 터키에서 열린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터키가 중재자를 자처하며 성사됐다. 폴리티코는 "이번 회담은 터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 뒤 처음 열리는 회담"이라고 전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터키의 위치는 조금 미묘하다. 터키는 미국 등 여타 서방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서방과 줄곧 긴장감을 유지해왔다. 동시에 러시아와는 군사·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서방 동맹국들처럼 무작정 러시아를 비난할 수도 없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터키는 군사적으로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합동군사순찰대까지 조직할 정도로 러시아와 연관돼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수백만 명의 러시아 관광객들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경제의 10%(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를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터키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이 차지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2월 인플레이션이 50%를 넘기는 등 경제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터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기 종식돼 관광업이 되살아나는 것이 절실하다. 지난 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터키는 평화적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데도 이 같은 절실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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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다소 중립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튿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지난 주말에만 세 차례나 대화를 나눴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와 서방 동맹국들의 비난을 피하면서 러시아와도 척을 지지 않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스라엘은 현재 마무리 단계인 이란 핵 협상 복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복원으로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경우 이란이 결국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 핵 협상 복원에 동의하지 않는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러시아를 적대시하지 못하는 데는 시리아 내 안보 문제도 얽혀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안보 조율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가 이란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황에서 푸틴을 화나게 할 여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곧 이번 사태의 중재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갈등으로 줄곧 러시아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중국이 침공 초반에 비해 비교적 중립적인 언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적절한 시기에 중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필요한 중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평화 회담을 촉진하는 데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며 "필요할 때 국제사회와 협력해 필요한 중재를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줄곧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는 원칙적인 발언을 내세우면서도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며 사실상 러시아를 공개 지지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이전보다 중립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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