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對)러시아 자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7일(현지 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에서는 신재생에너지주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신재생에너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ICLN)’는 전일 대비 2.47% 오른 19.9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태양광 에너지 ETF(TAN)’도 2.99% 올랐고 풍력주를 모아둔 ‘퍼스트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FAN)’는 1.1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ICL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13.26% 뛰었고 TAN과 FAN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17.31%, 6.47% 급등했다.
지난달까지 줄곧 부진하던 신재생에너지주가 기지개를 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가 10~11일(현지 시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러시아의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공동성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풍력 에너지로 200억 ㎥ 규모의 가스화력발전소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사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독일 풍력 터빈 제조 업체 지멘스가메사 주가가 각각 8.87%, 7.03% 오르는 등 유럽 내 풍력주가 고공 행진을 벌였다.
다만 국내 신재생에너지주는 8일 대부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풍력 대장주인 씨에스윈드(112610)는 전일 대비 5.22% 내린 6만 1700원에 장을 마쳤고 태양광 대장주인 한화솔루션(009830)은 0.85% 소폭 오르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삼강엠앤티(100090)(-2.13%), 동국S&C(100130)(-5.05% ), OCI(010060)(-3.20%) 등 신재생에너지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및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ICLN과 동일한 기초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KB STAR 글로벌 클린에너지 S&P ETF’는 전일 대비 3.47% 오른 8795원에 거래를 마쳐 대조를 나타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협상 소식에 에너지 대란 우려가 해소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가 대선 본투표일인 9일 휴장하는 상황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안정화와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에너지 자립 차원에서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