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아빠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골프황제 울린 딸의 한마디

◆타이거 우즈 명예의 전당 헌액

열다섯살 딸 호명받고 입회

PGA 투어 통산 82승 업적

타이거 우즈가 10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연설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눈물을 참으려 입을 막고 있다. AP연합뉴스타이거 우즈가 10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연설에서 가족 얘기를 하다 눈물을 참으려 입을 막고 있다. AP연합뉴스




“US 오픈에서 5m 퍼트를 넣지 못해 2위에 그친 아빠는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대요. 그대로 빨간 셔츠를 입은 채로 허겁지겁 병원에 도착했고 바로 그때 제가 태어난 거죠. 아빠는 그날 경기에서는 졌지만 가장 큰 선물을 얻은 거예요.”

10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본사에서 열린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식.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대회 마지막 날 빨간 셔츠를 입듯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소녀가 2007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열다섯 살 딸 샘이었다. 그해 메이저 대회 US 오픈에서 우즈는 1타 차로 우승에 실패했지만 ‘아빠’라는 타이틀을 처음 얻었다.



샘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지난해 2월의 차량 전복 사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우리는 아빠가 두 다리로 멀쩡히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두 발로 서서 지금 이 자리를 빛내고 있죠. 아빠는 도무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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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소개로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건네받은 우즈는 “절대 눈물은 보이지 않을 거라고 동료와 내기를 했는데 딸 덕분에 내가 졌다”며 수상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훌륭한 부모님의 교육이 있었고 멘토와 친구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도 견딜 수 있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라고 하지만 혼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라며 “명예의 전당은 개인상이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팀으로 받는 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맏딸 샘, 아들 찰리, 어머니 쿨티다, 애인 에리카 허먼 등이 자리에서 우즈를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우즈는 주니어 시절 부모가 자신의 대회 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던 일을 떠올리면서 애써 눈물을 참기도 했다.

10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딸 샘(오른쪽)과 트로피를 함께 든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10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딸 샘(오른쪽)과 트로피를 함께 든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두 살 때 TV 토크 쇼에서 야무진 샷과 퍼트를 선보이며 세상에 나선 우즈는 1996년 프로 전향 뒤 밥 먹듯 우승하며 골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1997년 마스터스 12타 차 우승을 포함한 메이저 통산 15승, PGA 투어 통산 82승(공동 1위) 등 그가 쌓은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우즈의 등장 이후 대회 상금과 TV 시청률이 비약적으로 뛰었고 투어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열풍이 불었다.

우즈는 2020년 3월에 명예의 전당 입회가 확정됐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입회 행사가 미뤄져 이날 치러졌다. 팀 핀첨 전 PGA 투어 커미셔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의 수지 맥스웰 버닝, 1921년 미국 여자아마추어 챔피언 매리언 홀린스가 우즈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만 50세였던 입회 자격이 2019년에 만 45세로 낮춰진 덕에 우즈의 조기 헌액이 가능했다. 이날로 명예의 전당 입회자는 총 164명이다.

2019년 10월이 마지막 우승인 우즈는 다리를 잃을 뻔한 큰 사고 뒤 재활 중이다. 이날 헌액식에는 다리에 보호대도 차지 않은 채로 참석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는 7월 150회 디 오픈을 공식 복귀전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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