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가던 중 돌연 이동을 멈췄던 64㎞ 길이의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결국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장갑차와 탱크, 견인포 등이 해당 행렬은 지난달 말부터 키이우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위성업체 맥사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키이우 북서쪽 안토노프 공항 근처에서 지난주 마지막으로 목격된 대규모 러시아군 행렬이 대부분 흩어져 다시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맥사의 사진에서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안토노프 공항 주변 도시 안팎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행렬 북쪽 일부는 곡사포 발사 준비를 한 채 루비안카 근처로 갔고 일부 차량은 숲으로 들어갔다.
지난달 말부터 관측된 러시아군 차량 행렬 움직임에 따라 서방에서는 러시아군이 도시 포위와 무차별 포격 등 대대적 공습을 계획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행렬은 지난주 키이우에서 27㎞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뒤 이동을 멈췄고 이에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외 매체들은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식량·연료 공급 등 부대의 전투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중요한 병참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 러시아군 사기 저하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매년 3월 우크라이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도 언급됐다.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80%가 비옥한 흑토지대이며 비포장도로가 많다. 실제 SNS에서는 러시아 군대의 탱크나 장갑차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못 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남동부 국경 인근 로스토프 지역에서 러시아 탱크 12대가 진흙탕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라스푸티차 현상과 관련해 타이어 관리나 유지·보수가 잘 되지 않은 러시아 군용차들이 진흙탕에 갇혀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