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K트레이딩업]인도의 재발견

빈준화 서남아지역본부장

중국 대체할 글로벌 제조기지

불편한 뉴스만 전파 안타까워

성장 잠재력 여전히 세계 1위

우리 기업들 다양한 진출 기대

빈준화 서남아지역본부장빈준화 서남아지역본부장







필자는 두 번째 인도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41만 명을 넘어서는 등의 뉴스가 보도된 탓인지 사람들은 인도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한국에서는 항상 인도에 부정적인 뉴스만 보도되는 것을 과거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실상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부임한 지난해 8월에는 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로 다시 확진자 수가 급증했어도 인도 정부는 매우 체계적인 대응을 했고 짧은 기간 내 다시 정상화 추세로 가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포스트 차이나의 유망 제조 기지다. 거대 내수 시장과 수출 기지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는 인도에 대해 무관심 내지는 불편한 뉴스만 전파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7년 만에 다시 찾은 인도는 역동적인 경제성장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돼 인도의 유니콘 기업(시장가치 10억 달러 이상)은 2020년 32개에서 2021년 41개로 늘어나 영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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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익일 배송은 물론이고 즉시 배달 가능한 퀵커머스도 활성화돼 있다. 특히 온라인 거래 결제 건수는 2020년 기준 255억 회로 중국과 미국을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 주도로 통합 결제 시스템(Unified Payment Interface)을 개발해 은행 간 이체에도 수수료가 전혀 없고, 음성으로 인식하고 대금을 결제하는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도는 소프트파워가 발달하고 융통성과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여서 이러한 정보기술(IT) 서비스의 발전은 일면 수긍이 된다. 반면 인도가 일반적으로 제조업에는 약한 나라로 평가를 받아왔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제조업 육성 정책(2014 Make in India, 2020 Self-Reliant India)에 힘입어 투자 인센티브와 수입 규제의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자국 내 제조업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4월 제조업 확대를 위해 전자제품·전기차·드론 등 14개 산업에 대해 매년 증가한 매출과 수출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를 도입했다. 향후 5년간 600조 원 규모의 현지 생산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타이어와 TV·에어컨 등 수입 제한 조치를 한 데 이어 2022년 HS코드 개정 시 카메라 모듈 등을 수입 허가 품목으로 전환했다. 외국 생산 부품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우리 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후발 주자로 현지 제조보다 수출하려는 기업들에는 시장 진입 기회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간 인도는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이고 외국인에게는 생활이 불편한 나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사업 용이성 평가에서 인도 순위는 2017년 130위에서 2020년 62위로 상승했고 사업환경 개선 노력에 힘입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꾸준히 유입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FDI가 증가했다.
생활의 불편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인도인이 느리다는 인식 등에도 기인한다. 하지만 인도인들의 업무 처리 속도와 추진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다.

인도에서 산업화는 1991년까지 사회주의 경제를 지향하다가 뒤늦게 시장을 개방한 탓에 그 진척이 느릴 뿐 제조업 육성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본다면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11년 1조 8000억 달러에서 2021년 2조 9000억 달러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한국과 인도의 교역량은 2011년 처음 200억 달러를 넘은 이후 다시 감소했다가 10년째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2021년 236억 달러로 소폭 늘었다. 인도의 소프트파워와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기업들이 인도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 형태를 다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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