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모이지 못하자, 음악도 멈췄다…’먹거리 사라진 음향업’

흥겨운 만남의 장 사라진 방역 사회

버스킹·노래방·선거철 특수도 옛말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발길 뚝’

12일 을지로 대림상가 내부에 적막함이 감돌고 있다. 장형임 기자12일 을지로 대림상가 내부에 적막함이 감돌고 있다. 장형임 기자




“사람이 모이지 못하니 우리는 올 제로(zero)인 거죠. 선거철 특수도 이젠 옛말입니다"(음향기기 취급 30년차 도소매업자 A씨)



을지로4가역에서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대림상가 건물 외관에는 각종 전자제품, 음향기기, 게임기와 노래방 기계 등을 취급한다는 간판이 빼곡히 붙어있다. 과거 국내 전자제품 도소매 시장을 이끌었던 영광의 흔적이다. 하지만 건물 안쪽을 둘러보니 적막함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에 원자재 가격상승, 온라인 거래 활성화가 더해지며 음향기기 도소매업이 큰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을지로 대림상가와 세운상가의 상인들은 3년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계에 이른 상황을 호소했다. 실제 대림상가에는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상점 여럿은 주인도 없이 불이 꺼진 채 진열창을 천으로 덮어두고 있었다.



선거철 특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A씨(56)는 “10여 년 전에는 선거철이 되면 선거 장비 구매를 위해 너도나도 대림상가를 찾았지만, 이제는 소음 민원으로 그 규모가 훨씬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정당마다 기기를 장기 렌털해주는 전담 업체가 등장했다”면서 “이젠 (팔아봐야) 구청장 선거에서 필요한 확성기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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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기계를 취급하는 상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란주점 및 노래방과 거래를 하는 60대 도소매업자 B씨는 “코로나19 초반에는 폐업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했지만, 이제는 팔릴 건 다 팔린 상태고 우리도 더 이상 (노래방 기계) 매입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폐업하지 않고 지금껏 버텨온 노래방의 경우 잦은 운영 중단으로 신곡 등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데, 이를 매입하면 직접 신곡을 반주기에 업데이트하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B씨는 “결국 (중고를) 사서 신곡을 넣으면 되팔 때 수지가 맞지 않는다”라며 가끔 들어오는 중고 기계 문의에도 거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세통계포털의 100대 생활업종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2월 노래방 업체수는 2년 전에 비해 호프 전문점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체 수가 많이 줄 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창업하는 경우에도 새 제품을 사기에는 부담이 커 중고품을 사려 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제 소 도매업체에는 남은 중고 매물조차 없다.

여기에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며 중고 매물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인들은 “이제 다들 온라인 사이트 위주로 거래하는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 앰프, 반주기 등이 올라오고 있다.

B씨는 “이미 직거래할 건 다 하고, 돈이 안 되는 물건만 넘어온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음향기기 거래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연이은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1년 반도체 대란 이후 음향기기에 쓰이는 반도체 부품 가격 또한 여러 차례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음향기기 도소매업자들은 우크라이나발 위기에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A씨는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난까지 이어진다면 더 이상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말하며 장기화된 영업난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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