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배달비 1만원 시대…'치킨 팔아 뭐 하나' 자영업자 분통 [영상]





배달비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던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배달 수요가 많은 평일 점심시간에 3~4km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 주문을 넣으면 배달비는 최대 7500원까지 붙습니다. 올라도 너무 오른 배달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자 정부가 치솟는 배달비를 잡겠다며 ‘배달비 공시제’를 들고 나왔는데요. 그런데 배달비 공시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배달비 공시제는 국내 3대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배달비를 비교해 한 달에 한 번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플랫폼별로 배달비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이를 조사하고 정리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죠.



하지만 배달비 공시제는 시작 전부터 실효성 문제가 일었습니다. 플래폼별 배달비 비교는 소비자들이 이미 할 수 있는 일인데다가 지역, 날씨, 요일, 시간대 등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배달비를 어떻게 조사한다는 건지, 그리고 조사를 제대로 한다고 해도 한 달에 한 번 공시하는 걸로 과연 충분할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배달비 공시제는 첫 시작부터 삐걱였습니다. 지난달 처음 공시된 ‘배달 플랫폼별 소비자 부담 배달비’에 나온 배달의민족 배달비가 도마 위에 오른 건데요. 조사 당시 배달의민족은 ‘배민1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2~3㎞ 구간에서는 배달비가 5000원을 넘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는 서울 중랑구에서 2~3km 미만 거리에서 주문한 떡볶이의 배달의민족 배달비가 7500원(배민1)이라고 적혀 있었죠. 논란이 일자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공시 자료의 중랑구 분식 주문 거리를 3~4km로 수정하고 “단순한 표기상 오류였을 뿐 조사의 신뢰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는 배달 서비스와 한 번에 여러 건을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죠.



게다가 배달비 공시제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해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간 배달비 비교가 아니라 ‘총 배달비’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현재 배달원이 받는 배달비는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에 상황에 따라 플랫폼이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이 붙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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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나 플랫폼이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은 공개되어 있지 않은데요. 한 마디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가 5000원으로 책정되었을 때 점주와 소비자가 만 원의 배달비를 나눠내고 있는 건지,아니면 소비자가 배달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실제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이 아닌 음식점 주인이 정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은 배달비로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음식점 주인에게 배달 중개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형태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의미의 배달비 비교를 하려면 각 음식점이 배달비를 얼마 받고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배달비 공시제만으로는 배달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배달비가 이렇게 까지 오르게 된 근본 원인은 배달기사 부족입니다. 코로나19로 외식업의 배달 비중은 2년 사이 무려 4배 넘게 늘었는데요. 이에 비해 배달기사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2017년 상반기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이 10배 넘게 증가하는 동안 배달기사 수는 1.9배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게다가 배달 플랫폼들이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비는 더 크게 올랐습니다. 배달기사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에 한 번에 한 건만 배달을 하게 되면 여러 건을 배달할 때보다 받는 배달료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현재는 한 건 배달 서비스의 경우 최대 1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들은 이 프리미엄을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비 상승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단건 배달 서비스로 인해 배달 당 기사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단건 배달 서비스의 확장, 배달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기사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배달비가 치솟고 있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경우 당근마켓이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음식을 ‘공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과하게 치솟는 배달비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 하루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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