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여는 '국민주' 삼성전자(005930)가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른바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로 인한 주주들의 공분이 식지 않고 있고, 주가마저 ‘7만전자’로 내려 앉으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괴리율(증권사 평균 목표 주가와 현 주가의 격차)도 2년만에 최고치로 벌어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들은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은 새 이사진 선임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또한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도 처리될 예정이다.
관건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주총에 앞서 최근 공시를 통해 경계현·박학규 후보에 대해서는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김한조·김종훈 후보에 대해서는 '감시 의무 소홀'을 들어 선임에 각각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작년 말 기준 8.69%로,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서 이사 선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국민연금은 2018년 주총 때도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의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안건은 통과됐다. 다만 당시 안건 찬성률은 61.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찬성률이 낮으면 새 경영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의 반대도 거세다. 최근 갤럭시 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기능 논란이 소액 주주들의 단체행동에 불을 지폈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 과열을 막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나 화면 해상도를 고의로 낮추는 기능으로, 게임 등 특정 앱을 이용할 때 GOS를 강제 실행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갤럭시 GOS 집단소송'이 추진 중이며, 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는 전날 기준으로 7천명 이상의 가입자가 몰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 경영진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한 소액 주주들의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잇따른 악재에 삼성전자 주가는 11일 기준 7만원에 머물고 있다. 올 초 대비 12% 이상 하락했다.
목표주가 괴리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만9500원(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1일(6만9900원) 이후 4개월만에 '6만전자'로 내려 앉았다. 같은기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9만9208원)와의 괴리율은 42.75%였다. 이는 2020년 4월 2일(42.86%)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수준이다.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이슈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하방 압력을 삼성전자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 강세가 계속 이어지면 IT 수요가 더 꺾일 우려도 제기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에 따라 하반기 수요가 완전히 달라지는 그림으로 투자자들은 그것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간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