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대상 임세령·임상민 자매 초록마을 매각 수혜 '독점'

개인 지분에 대상홀딩스 대주주로 매각자금 대부분 챙겨

경영 어려워 연30억 적자 기업 털고 승계 재원도 마련

임세령 대상 부회장(좌), 임상민 전무(우)/사진제공=대상그룹임세령 대상 부회장(좌), 임상민 전무(우)/사진제공=대상그룹




대상(001680)그룹이 계열사인 유기농 신선신품 유통사 초록마을 매각을 완료했다. 원매자 확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세간의 우려와 달리 흥행 끝에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상그룹 오너 일가이자 초록마을 대주주인 임세령·임상민 자매는 초록마을 매각 이익을 독차지하며 최대 수혜자가 됐다. 특히 경영이 어려워져 매년 3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을 처분하며 막대한 현금을 챙겨 상속 재원으로 쏠쏠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상홀딩스(084690)는 특수관계인과 보유하고 있던 초록마을 지분 99.57%를 정육각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900억 원이다.

초록마을 주요 주주는 대상홀딩스(49.1%), 임세령 대상 부회장(30.17%), 임상민 대상 전무(20.31%)다. 대상홀딩스는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가 각각 지분 20.41%와 36.71%를 보유하고 있다. 두 자매가 초록마을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매각으로 임 부회장은 271억 원, 임 전무는 182억 원을 각각 손에 쥐었다. 여기에 두 자매가 대주주로 있는 대상홀딩스도 4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생기게 됐다. 이들 자금은 추후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할 때 상속세 등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초록마을은 양질의 유기농 식품을 공급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프리미엄 유통기업으로 인식됐지만 대상그룹 내에선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국 400여개 매장을 보유해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신선식품 시장에서 초록마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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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약진하는 사이 초록마을의 실적은 악화됐다. 2018년에는 영업손실 43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9년(49억 원)과 2020년(33억 원)에도 영업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8월 매물로 나왔을 때도 사업 구조 개선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탓에 500억~600억 원 수준의 몸값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을 주관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초록마을의 다양한 장점들을 잠재적 인수 기업들에게 적극 설명하면서 인수전은 흥행에 성공했다. 예상치 않게 배달 대행업체인 바로고가 지난해 말 초록마을 회계 실사에 나서면서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마켓컬리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정육각이 지난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4파전이 됐다.

바로고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초록마을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 가치에 프리미엄을 주지 않으면서 일단 한 발 뺐지만 매각 주관사의 요청으로 정육각과 컬리가 재입찰에 나선 끝에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품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정육각이 네 곳의 인수 후보들 중 인지도와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불리할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고 한다. 이와 달리 대상그룹과 주관사는 줄곧 가장 높은 점수를 정육각에 줬다는 후문이다. 보수적인 협상 자세를 견지한 경쟁사들과 달리 정육각은 부족한 자금력에도 불구, 인수 금융을 타진하는 등 성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초록마을이 적자 기업이어서 인수 금융이 여의치 않자 정육각은 재무적투자자(FI)들을 설득한 끝에 재원을 마련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이 부족한 자금력에도 불구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며 "대상그룹 입장에선 원했던 매각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경영을 지속하는 것도 부담인데다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좋은 딜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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