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입차, 작년 인증 중고차 3만대 최다 판매…현대차 '5년·10만㎞' 내세워 맞불

■중고차 시장 지각변동

국내 완성차 5개사 6개월내 시장 진입

현대차, 검사 거친 인증중고차만 거래

중고차와 신차가격 높이는 효과 기대

깜깜이 만연 중고차시장 획기적 변화





대표적인 ‘레몬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평가되던 중고차 시장이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해 3년 넘게 끌어왔던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다. 현대자동차·기아 등은 사업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다. 한국GM·쌍용자동차·르노코리아자동차 등 다른 국내 기업들도 6개월 내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진출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깜깜이 매매’가 만연하던 중고차 시장 생태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기업들도 높은 품질의 중고차 공급과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포함한 신뢰성 제고를 약속하고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도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수입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중고차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혼탁하던 중고차 시장을 투명하게 바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2000개 항목 품질검사"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국내 완성차 5개사도 사업 준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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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달 7일 향후 중고차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는 ‘중고차=저품질’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인증 중고차만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증 대상은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이다.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신차 수준의 상품성 개선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는다. 구체적으로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 검사와 인증 체계(매집 점검-정밀 진단-인증 검사)를 마련하고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한다.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뒤 종합해 제공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연구소)’도 만든다.

기아도 남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절차 이후 사업 방향성을 구체화해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자사 중고차를 점검하고 수리해 성능을 인증하면 자사 중고차의 가격이 높아지고 신차 가격도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될 경우 국내 온라인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수입차와 경쟁 예고

브랜드 파워를 가진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에 대해 기존 중고차 매매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현대차도 자체 상생안을 마련한 상태다. 핵심은 지난해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논의한 상생안을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대상 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중고차 매매 업계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점유율도 올해 2.5%를 시작으로 오는 2023년 3.6%, 2024년 5.1%로 제한하기로 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 시 2026년 합계 시장점유율은 최대 12.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는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해주는 ‘보상판매’에도 나선다. 기존에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수익성은 물론 차량 재구매율을 높여온 수입차 업체들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은 지난해에만 총 3만 대에 육박하는 인증 중고차를 판매했다. 2019년까지 1만 대 수준이었던 이들의 중고차 판매량은 최근 신차 출고 지연 등과 맞물리면서 2020년 2만 5680대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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