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0.7%p'의 준엄한 경고…"협치·통합·분권은 선택 아닌 필수"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8·끝>통합의 정치개혁 나서라-정치 학자 8인의 제언

집권초 강대강 대치땐 국정 마비

당내 강경파 보단 다수의견 존중

與野, 국정 어젠다 공동 설정 등

낮은 수위의 협의부터 시작해야

비례대표 늘리고 결선투표 도입

정당운영 등 제도 개선도 필요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 확정 직후 20대 대선 승리에 대한 의미를 밝힌 첫 소감이다. 윤 당선인은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도 말했다. 윤 당선인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172석, 국민의힘 110석의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 없이는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인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당선인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간 득표율 격차는 불과 0.73%포인트, 투표수 차는 24만 7077표에 불과하다. 두 정치 세력의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구조다. 의회 권력의 다수를 확보한 거대 야당과 ‘제왕적 대통령’이 다시 맞붙을 경우 국정은 멈출 수밖에 없다. 국정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협치·통합·분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치제도와 관련해 8인의 학자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문제 해결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단계:갈등 해소=대선 기간 양당의 갈등은 첨예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을 집중 부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대장동 몸통’이라며 적대적 감정을 쏟아냈다. 대선 이후에도 특별검사 도입을 두고 여전히 대치 상태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대립이 심각해진 상태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선택은 정권 교체 여론에 따른 것”이라며 “윤 당선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와 달리 통합과 협치를 하라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집권 초에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출범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가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신 교수는 “‘문파’이면서도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기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 초 전략적 포지션을 가지고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 해소의 방해 요인으로 극성 지지층 문제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통합과 협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당 내 강경파, 극단적 지지자들이 정당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존과 대화를 지지하는 다수의 의견이 부각될 수 있도록 정당 민주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 제도와 정당 운영 방식 등의 변화가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2단계:협치 구축=낮은 단계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한 의제 선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우진 경북대 교수는 “여야 공통 공약부터 실천하려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윤 당선인과 이 전 지사의 공약 중 흡사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이상 국정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 민주당의 협의도 끌어내 낮은 수위의 협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치 코먼센스’를 우선 끌어내야 여야정 상설 협의체도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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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인사 청문회 개선 등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새 정부 내각을 꾸리는 데 있어 인사 청문회가 과거 방식처럼 진행될 경우 협치는 시작도 못 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청문회 제도의 조율 등을 통해 신뢰를 높이면서 협치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3단계:공동정부 구성=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 이후 인수위원장까지 안 대표가 맡으면서 공동정부 성격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점에서 본래 의미의 공동정부 성격은 퇴색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집권 세력은 관성적으로 인위적인 정계 개편 등을 통해 다른 당을 흡수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같은 색깔의 정당이 합쳐지는 게 아니라 다른 색깔의 정당과 함께 정부를 구성할 때 의미가 있다”며 “집권 여당이 어떤 공동의 정책을 찾아내고 다른 정당에 같이하자는 제안과 이를 수락하는 정치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노동정책과 관련해 정의당과 행동을 같이할 명분과 정책을 찾아낼 수 있는 폭넓은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역시 “부처 요직의 인사에 통합과 탈진영 차원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당선인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단계:개헌 및 제도 안착=전문가들은 자연스럽게 제도 변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개헌 수준까지 당장 이르기 힘들다면 하부적인 문제와 사전 작업에 합의해가며 개헌의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에서 현 정부 개헌안과 통합해가며 공론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선거 일정이 갈등을 불러오는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 또는 3월 대선, 4월 총선이 반복되면 갈등이 멈출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선거 일정을 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호투표제와 결선투표제 등을 도입해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비례대표 의원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당제 정착을 위해서다. 다만 제도 자체보다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으로 다당제가 출연할 줄 알았지만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양당제가 더 강화됐다”며 “어떤 제도도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송종호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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