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尹 공약에 개별 의사표현 말라"…靑 비서진에 공개 경고

[회동 무산 이틀만에 수습 국면]

文 "조율 필요없어…靑 열려있다"

신구갈등 장기화 우려에 진화 나서

靑·인수위 실무 협의 빨라질 듯

집무실 이전 조롱 논란 탁현민

입단속 지시에 SNS게시글 삭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현안에서 계속 부딪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윤 당선인에게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속한 만남을 촉구했다. 신구 권력 대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평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 사항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인 측 공약에 대한 개별적 의사 표현을 자제하라”고 지시했고 유영민 비서실장도 전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이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탁 전 비서관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꼬는 듯한 글을 다수 게재했다.



그는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며 차기 정부를 일제 통감부에 비교했다. 또 “이미 설치·운영·보강돼 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다”며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는 싶다”는 등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글을 쏟아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은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문제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가 탁 비서관의 글 때문이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탁 비서관은 해당 글을 모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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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단속 지시는 ‘신구 권력 갈등설’이 확산해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초 16일 청와대에서 단독 오찬을 할 예정이었지만 회동이 전격 연기됐고 이후 양측의 갈등설이 확산했다. 양측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공공기관 인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에서 의견 대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 임기 내 인사가 예정된 한국은행 총재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권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양보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계속 소통하고 있지만 의제 조율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여론 몰이로 사면을 압박하는 모양새였고 모든 인사를 중지하고 당선인과 협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대단히 무례했고 점령군 행세 때문에 회동이 불발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쏘아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자꾸 이런저런 주제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기사화되니 국민이 받아들이기에는 의제화가 돼버린 느낌”이라며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날 직접 나섰다. 윤 당선인을 향해 의제에 얽매이기보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 의견을 나누다 보면 상당 부분 조율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청와대 참모진과 각 부처에 모범적 인수인계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만큼 윤 당선인 측과의 갈등 국면을 빨리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날 조속한 회동 제안과 관련해 “실무 협의 결과에 상관없이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양측에서 실무 협의를 빨리 마쳐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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