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조합·시공사 다툼에…'신용불량자' 위기 둔촌주공 조합원 '발동동'

서울 강동두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전경. 이덕연 기자서울 강동두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전경. 이덕연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8월 입주 예정이었던 조합원들은 공사 기한 연기가 불러올 여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이주비를 대출받은 조합원들은 공사 중단시 만기까지 넉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19일 둔촌주공 단지 내 견본주택에서 공사 중단 예고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시공사업단은 일반분양을 통한 사업비 조달이 기약없이 늦춰지는 상황서 공사를 중단하게 됐으며 이주비 대출 만기 시점도 다가오면서 조합원들이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설명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이 대여한 이주비는 1조 2800억 원 규모다. 시공사업단 보증을 통해 나온 조합 사업비를 활용해 이주비 이자를 지불해 오고 있었지만 현재 사업비는 거의 고갈된 상태다. 공사가 지연되거나 멈출 경우 이주비 대여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기 어렵다. 게다가 현 조합 집행부는 조합 총회를 거쳐 시공사업단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공사 기간이 무기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현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극에 달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이주비를 빌린 조합원은 대출을 즉시 상환하거나, 연장이 되더라도 기준금리가 높아진 상황이 반영돼 과거보다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주비 대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경우에 따라 가구당 2억~3억원 내외 금액을 즉시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당초 입주 예정일(2023년 8월)을 고려해 전월세 등을 계약한 이들이 당장 수개월 내에 거주 이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도 조합원들의 고민으로 거론된다.

1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업단 관계자들에게 최근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덕연 기자1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업단 관계자들에게 최근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덕연 기자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견해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은 공사비 부분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최초 공사비는 2조 6706억 원이었으나 2019년 12월 조합 총회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2020년 6월 3조 2293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수용을 두고 조합 내부 분쟁이 발생해 2020년 9월 조합 집행부가 해임됐다. 2021년 5월 새로 꾸려진 현 집행부는 2020년 6월의 공사비 계약을 법적·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조합장인 A씨가 본인 해임 발의안이 발의된 당일 계약서를 체결하는 등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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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공사업단은 설명회 장소에 현 조합과 주고받은 공문을 크게 확대해 전시해두는 등, 이미 공사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알렸다. 공문을 확대한 패널에는 조합이 설계 변경을 이유로 공사 중지를 요청한 건, 마감재 승인을 반려하거나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할 공사업체를 합당한 이유 없이 변경해달라 요구한 건, 시공에 필요한 실시 설계도서 등을 제 때 제공하지 않은 건 등 실무상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

이날 설명회가 열린 견본주택은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부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조합원들이 방문했다. 배우자와 함께 방문한 조합원 오모씨는 “이제 와서 시공사를 바꾸면 입주를 기다리던 우리는 어떡하냐”며 “답답한 마음에 설명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조합원 최모씨는 “그동안 조합에서는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만 떠넘겨 왔는데, 오고 간 공문을 보면 일방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머리가 아프다”고 걱정했다.

현재 조합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예비입주자대표위’(입대위)가 생겨 조합 내부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완철 입대위 대표는 “결국은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가장 커다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당장 올해 7월에 이주비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조합원이 많은데 갈등 상황으로 인해 만기 연장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공사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입주 시기도 불확실해져 현재 전·월세를 살고 있는 상당수 조합원들이 곤란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합은 대의원회의를 열고 공사비 계약 취소안건, 시공사업단 변경 안건 등을 내달 열릴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총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시공사업단과 조합간 갈등은 극에 치달을 전망이다. 현 조합 집행부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시공사업단의 압박에 굴복하면 안되며 똘똘 뭉쳐 재산을 지켜내야 한다”며 강경한 대응을 다짐했다.

1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내부 전경. 이날 시공사업단은 최근 시공단과 조합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1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내부 전경. 이날 시공사업단은 최근 시공단과 조합 간 갈등 상황에 대한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이수민 기자·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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