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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춘추전국시대' 도래…승자는 누구?[선데이 머니카페]

[완성차 업계 중고차 시장 전면 허용]

중고차 시장 규모 387만대 신차比 1.4배↑

현기차, 각각 1조 5000억, 9000억 매출 전망

케이카, 22년 이커머스 비중 52% 온라인 강점

중고차 비중 큰 롯데렌탈, 영업이익률 상승할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17일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된 것입니다.



완성차 업체의 진출로 대표적인 ‘레몬마켓(저급품만 취급되는 시장)’으로 평가받던 중고차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물론 르노코리아·한국GM·쌍용차까지 완성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반응이 대비되는 것은 중고차 시장의 파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4501대로 신차 등록 대수(173만5036대)의 약 2.3배에 달합니다. 이렇게 큰 이권이 걸렸으니 양측의 온도가 다를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로 신뢰성이 크게 개선될 경우 중고차 시장의 성장도 가팔라질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고차 시장 규모는 387만 대로 연간 신차 판매량의 1.4배 규모지만 미국(신차 대비 2.4배), 영국(2.9배), 독일(1.9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많습니다.



성장이 확실한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 소식이 전해진 18일 관련주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주가가 들썩이고 있는 중고차시장 투자, 어떤 기업이 수혜를 받을지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 알아봤습니다.

굴러온 돌


현대차가 1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xEV 트렌드 코리아 2022(xEV TREND KOREA 2022)\'에 참가해 전동화 기술을 알린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전시관 전경./연합뉴스현대차가 1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xEV 트렌드 코리아 2022(xEV TREND KOREA 2022)\'에 참가해 전동화 기술을 알린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전시관 전경./연합뉴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미 완성차제조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사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올해 1월 현대자동차는 경기도 용인시에,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각각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는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중고차매매업계가 중소기업중앙회에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이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국내 대형 완성차 업체인 현기차는 중고차 시장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간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투명성과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경련이 2020년 발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5%가 중고차 시장의 불투명, 낙후된 이미지라고 응답했습니다. 자동차가 첨단 정보통신(IT) 기기화 되면서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비중이 커진 점도 대기업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중고차 매입 후 정비 과정에서도 S/W 업그레이드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W는 기존 중고차 매입 업자들 대비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우위가 큰 영역”이라며 “완성차 업계는 S/W 업그레이드로 적은 비용으로 중고차 가치를 쉽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중고차 매매업체 보호를 위한 상생 문제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출이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현대차가 2024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5.1%로 자체 제한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국내 완성차 5사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이 2026년 기준 7.5~12.9%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향후 중고차 사업 매출액을 각각 약 1조 5000억 원, 약 9000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중고차시장 규모가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작은 수치입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기존 사업의 규모가 커서 중고차 사업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가 자기 브랜드 중고차를 점검하고 수리하여 성능을 인증하면 자기 브랜드의 중고차 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통상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면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수혜가 돌아가며 따라서 신차 가격도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힌 돌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된 가운데 18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된 가운데 18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을 주도해온 케이카(381970)와 엔카 등 기존 주요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대기업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케이카와 엔카 등은 비대면 판매·자체 환불인증 등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며 쌓아온 지배력 약화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질 경우 중고차 시장 확대에 따른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김진우 연구원도 “현대차와 기아 대리점을 통한 중고차 매물 확보가 줄어들 전망이지만 대기업 진출로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 케이카 등 기존 판매업체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시장 노하우(매입, 판매, 가격 산정 등)를 고려하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대기업 진입에 따른 온라인화 트렌드 강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커머스 비중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케이카를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케이카의 22년 이커머스 매출 비중이 52%(2021년 45%)로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의 오프라인 대비 높은 매출총이익률(GPM)은 급격한 중고차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하락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6개의 오프라인 지점과 1개의 경매장이 추가되며(기존 46

개, 경매장 1개) 가동률을 감안한 5% 수준의 추가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이외에도 온-오프라인 연계가 지속돼 온라인 구매 트렌드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 속에 지난 18일 케이카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50원(3.80%) 오른 3만1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장중 전거래일 대비 7050원(23.31%)까지 오른 3만7300원까지 치솟았던 것을 보면 케이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고차 중개 플랫폼인 오토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086280)와 자동차 특화 커머스플랫폼 오토앤(353590)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도매 중고차 경매 (오토비즈사업) 등에서 73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있다”며 “현대글로비스의 소매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으나, 해외에서는 이미 영위중인 소매중고차 사업 역량을 활용해 국내 소매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1호 사내벤처로 2008년 설립된 오토앤도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 사업 진출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렌탈업계도 들썩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관련 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연합뉴스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관련 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연합뉴스


렌탈업계도 황금알을 낳을 중고차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롯데렌탈(089860)입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중고차 거래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1회에 1500대의 경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렌탈은 이 경매장을 통해 연간 중고차 5만대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롯데렌탈 역시 향후 중고차 시장의 메가트렌드가 될 이커머스에 강점이 있습니다.

롯데렌탈은 향후 중고차 플랫폼 시장 진출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온라인으로 중고차 판매·중개·임대는 물론 중고차 인증과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쇼룸과 시승, 정비 체험 등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매장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중고차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국내 기업간거래(B2B) 중고차 2위 사업자로 시장점유율(M/S) 23%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고차 판매 채널이 B2C까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업체는 B2C 시장 진출을 대비해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해왔으며 이른 시일내 런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롯데렌탈의 중고차판매 부문 영업이익율은 3~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사 매출액 중 중고차판매 비중이 약 25~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율은 약 1%포인트 내외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SK렌터카도 인증 중고차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K렌터카는 현재 B2B 방식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범위를 넓혀 인증 중고차 형태로 일반 소비자 영역으로 세를 넓힐 것으로 보입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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