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민주, 검수완박 강행 '어깃장'…인수위 "분노 금할 수 없다"

[신구권력 '치킨게임']

■ 인수위, 초유의 업무보고 거부

박범계 수사지휘권 유지 발언에

尹 "5년간 檢 개혁 안됐다는 자평"

김은혜 "정권 말 임명 전례 없다"

감사위원 선임 놓고도 충돌 조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오늘은 인수위에 업무 보고를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24일 새벽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법무부에 이같이 통보했다. 인수위가 정권 인계를 준비하는 현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자 법무부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진앙지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전날 발언이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인수위는 보고조차 받을 필요가 없다며 법무부를 문전박대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행정·사법분과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인수위 업무가 시작하는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40여 일 후에 정권 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 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인수위가 격앙된 반응을 표출한 데는 문재인 정부와 각료들이 172석의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차기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판단이 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유지 발언은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검찰 개혁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검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겠다”고 한 말과 결이 같다. 인수위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계없이 절대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하겠다는 실력 행사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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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이양을 둔 신구(新舊)의 충돌은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윤 당선인이 이날 공개적으로 박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두 비판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박 장관을 겨냥해 “이 정부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것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이 발언과 함께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까지 겨냥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문 대통령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을 두고 “차기 정부와 일해야 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감사위원과 선관위원 선임을 두고 실무 협의를 풀지 못하면서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에 실제로 전날 회동 전에 한은 총재를 임명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인사도 단행할 태세다. 특히 감사원장과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는 현재 5명 중 3명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한 명만 더 임명하면 의결 정족수인 4명이 ‘문재인 정부’ 사람이 되는 셈이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임기 초반 전(前) 정부의 정책 실기에 대한 감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이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이라고 하는 것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은 다 지불한 상태이고 명의 이전하고 명도만 남은 상태”라며 “곧 들어가서 살 사람 입장을 존중해서 본인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이나 관리하는 데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하는 것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갈 사람이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양 측의 냉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 인사를 강행할 경우 정권 초에 검찰과 감사원을 중심으로 신구 권력이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인수위는 이날 법무부와 달리 대검찰청의 업무 보고는 받았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가 가진 검찰의 예산 권한을 독립시키겠다는 공약을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 확정 후에 임기 4년의 감사위원을 현 정부가 임명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참조해달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청와대 회동 관련,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청와대 회동 관련,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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