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워싱턴 사정권 '괴물 ICBM'으로 美와 담판"…7차 핵실험 가능성도

[북한, ICBM 시험 발사]

韓 정치혼란·유엔제재 빈틈 노려

尹·바이든 흔들 국면전환용 포석

ICBM '최대 사거리' 도발 수순

1~3단 로켓 '점화 성공'에 무게

'美 본토' 기술땐 핵군축 꺼낼듯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아 올린 것은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혼란에 있는 대한민국의 안보 공백 여부를 떠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이 최대한 핵미사일 기술력을 추가 확보해 오는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 및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흔들 협박 카드를 단기간에 마련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발사했던 기존의 ICBM ‘화성 15형’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다. 당시 북한이 주장했던 화성 15형의 비행 거리는 약 1000㎞, 최대 고도 4475㎞였다. 그에 비해 이번 ICBM의 비행 거리는 80㎞ 정도 더 늘었고 최대 고도가 1725㎞ 이상 높았다.

앞으로 남은 수순은 신형 ICBM을 최대 사거리로 시험 발사하거나 정찰위성용 우주로켓으로 포장해 쏘아 올리는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ICBM 시험 발사와 병행하거나 순차적으로 7차 핵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한 고위 당국자는 “아직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북한이 ICBM 기술 완성을 위해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이 상존한다”며 “김정은이 대남·대미 관계에서 중대한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한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결국에는 ICBM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이고, 핵실험도 여건을 봐가며 이르면 올해 안에 미사일 시험 발사와 병행해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 연합은 만전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그동안 북한이 레드라인(금단의 선)을 넘지 않도록 최대 수준의 압박을 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비해왔지만 북한이 기어코 선을 넘었다면 한미 차원은 물론이고 우리 독자적으로도 도발 수위에 맞게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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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금단의 선’ 왜 넘었나=북한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열두 번이나 탄도미사일·방사포 등을 쏘며 도발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긴장 수위를 높여 한미에 최대 수준의 외교적·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한 비핵화 및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설득을 뿌리치고 핵무장을 선택해 최악의 경제 상황을 겪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집권 10년 차를 맞아 내치의 성과로 내세울 것이 없게 되자 탄도미사일 개발이나 우주로켓(사실상 탄도미사일) 발사 쇼를 통해 내부 결집을 이루려는 다목적 포석으로도 보인다.

우리 군의 한 장성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완성하게 되면 북한은 (유사시 미국이 핵 보복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 억제 전략을 실현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을 핵으로 견제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미국과 동급의 핵 강국이 된 것처럼 주민들에게 선전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뒤 한미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발사의 기술적 의미는=북한은 올해 들어 신형 ICBM인 ‘화성 17형’을 2월 27일과 3월 5일 각각 1발씩 고각 발사했다. 당시 사거리 및 고도는 각각 수백 ㎞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우리 군은 발사 직후 초기에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라고 착각했으나 이후 한미 정보 당국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모아 분석한 결과 ICBM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북한은 이 같은 두 차례의 시험 발사를 통해 총 3단 구조의 화성 17형 로켓엔진 중 맨 아랫단인 1단 로켓엔진의 성능을 시험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1~3단의 엔진 중 중간인 2단과 탄두를 탑재한 맨 꼭대기 층의 3단 엔진은 점화하지 않고 가장 강한 출력의 1단 엔진만 연소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사거리와 고도가 통상적인 ICBM의 제원보다 대폭 낮았던 것은 1단 엔진만 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성 17형의 1단과 2단 엔진은 모두 기존 화성 15형 등에도 썼던 백두산 엔진을 2개씩 3쌍(총 6개의 엔진)으로 묶은 클러스터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제작한 1단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후 3월 16일에도 발사 도발에 나섰으나 발사 직후 불과 수 초 만에 20㎞ 이하 상공에서 폭발해 시험에 실패했다. 당시 비행시간이 워낙 짧았기 때문에 정확한 비행 특성과 탄종을 단기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그간의 맥락으로 미뤄볼 때 ICBM 시험 발사의 연장선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의 ICBM급 미사일 발사는 사거리가 약 1080㎞에 달하고 고도가 6200㎞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이 화성 17형이라면 1~3단 엔진을 모두 점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최대 사거리 비행시험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신형 미사일인 화성 17형의 발사 실패 재연을 두려워해 이번에는 기존 ICBM인 화성 15형을 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경우 16일의 실패에 따른 대내외적인 체면 손상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재실패 가능성이 적은 검증된 탄종을 쏴 자신감을 얻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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