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바이든 백악관 비우자 보란 듯 발사…尹 '9·19 남북합의' 폐기하나

■'대북정책' 새 정부 과제 급부상

인수위 "대북정책 기조 강경책 아니다" 밝혔지만

北 대형 도발에 대북 억지력 확보 등 중요성 커져

윤 당선인 군사력 증대·3축 체계 부활 속도낼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의 천막 기자실 ‘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의 천막 기자실 ‘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이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 보름 만에 ICBM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행동으로 보여 윤 당선인은 취임하기도 전에 북한의 거센 도발에 대응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더욱이 북한이 ICBM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출장 기간에 발사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19 군사 분야 남북 합의서’를 파기한 도발 행위라고 평가했다.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북한이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북한이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사거리 약 1080㎞, 고도 6200㎞ 이상의 ICBM을 발사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취임하기도 전에 북한의 대형 도발에 직면하면서 녹록지 않은 안보 환경에 처한 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창 진행 중인 새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아온 인수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강경한 대북 정책을 반복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외교 해법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강경 정책이 아니다’라고 일찌감치 공언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며 ‘초강수’를 던진 만큼 정세가 급속히 냉각됐고 인수위 역시 대북 군사적 압박과 원칙적인 대응에 보다 무게를 싣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위는 입장문에서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 위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문제 삼자 ‘규탄’ ‘도발’이라는 단어 사용까지 극도로 절제했는데 인수위는 시작부터 ‘규탄’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앞서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9·19 군사 합의 해상 완충 구역 밖에서 발사가 이뤄졌지만 윤 당선인은 “9·19 합의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9·19 남북 합의는 지상과 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서명한 평화 합의서다.

관련기사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발사가 이를 명백하게 깬 것으로 평가했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 행위를 이어가며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내다봤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남북 정상 간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합의도 깨뜨린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새 정부를 길들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역시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오는 동시에 남측의 새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에서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앞으로 사거리를 더욱 늘린 ICBM을 추가 발사할 위험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윤 당선인이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수위 역시 이에 맞춰 군사적 압박과 대응에 무게를 두는 대북 정책을 펴나갈 예정이다. 인수위는 이미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의 보고에서 군사력 증강 및 한미 군사 공조 강화 방안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국방부 업무 보고에서는 2018년 남북·북미 협상 이후 중단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기로 했다.

방사청 보고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됐던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 방어-대량 응징 보복)’ 부활을 예고했다. 또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의 공조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외교안보 분야 제1공약을 ‘한미 동맹 강화’로 내세웠고 대북 억지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등을 통한 대북 방어력 강화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과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공조 방안을 유선으로 협의했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