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위기 서막인가…이집트, IMF에 ‘SOS’

우크라사태로 밀값 60% 폭등

물가 치솟고 외화 유출 '비상'

구제금융 등 IMF 지원 요청

개도국 부채 50년만에 최고

美긴축 겹쳐 부실 전이 우려

22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22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집트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까지 겹쳐 신흥국 도미노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IMF는 “이집트가 포괄적 경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IMF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집트 정부 대변인을 인용해 “새 지원 프로그램에는 추가 자금 지원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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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2011년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외환위기가 발생해 2016년 IMF로부터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터지며 두 차례에 걸쳐 80억 달러의 지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집트가 IMF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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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경제가 휘청이는 것은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 가격은 2월 초에 비해 60% 넘게 올랐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이며, 특히 수입량의 8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5.6%(전년 대비)였지만 지난달 8.8%까지 치솟았다.

최근 신흥국에서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9~12월 중 이집트로부터 50억 달러의 외화가 순유출됐다”며 “올해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경제의 주축이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이집트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에는 7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안정 패키지를 발표했다. 경제에 미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미 달러화 대비 14%의 자국 화폐가치 급락도 용인했다. 이에 대해 IMF도 “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집트가 새 지원 프로그램 적용 자격은 갖췄지만 통상적으로 IMF에서 받을 수 있는 차관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에 예외 인정을 위해 철저한 검증이 따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신흥국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IMF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과 전쟁의 영향이 이집트를 포함한 전 세계에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더미트 질 세계은행(WB) 부총재도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계속되면 코로나19보다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부채 수준이 50년 만에 가장 높은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의 식량 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2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식량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비료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탄산칼륨·암모니아·요소 등 비료 성분의 주된 수출국이다. 특히 탄산칼륨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해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로이터는 브라질·미국과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의 농가에서 경작 면적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비료 생산 업체 CF인더스트리스의 토니 윌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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