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핵·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계속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金) 거래와 같은 제재 ‘구멍’을 막고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입수한 G7 공동성명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G7 정상회의 등이 연이어 열렸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제재를 계속해서 최대한으로 실행하고 추가 제재도 준비한다는 내용이 공동성명 초안에 담겼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 거래 등을 포함한 제재 우회로에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모든 나라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할 수 있는 군사 혹은 다른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산 가스·석유·석탄 수입 의존을 줄이려는 나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5일 브뤼셀에서 만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추가 공급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WP는 분석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서 EU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앞으로 몇 달간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LNG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두 번의 겨울 동안 추가 공급을 약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미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맞춰 동유럽의 미군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동유럽 국가에 미군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는 일련의 옵션을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 배치나 순환 배치 형태로 미군을 추가 배치하고 대규모 야전 훈련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군의 동유럽 추가 파병은 나토의 대규모 병력 증강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앞서 “불가리아·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에서 4개의 새로운 전투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레드라인’으로 보고 군사개입 등을 고려하는 비상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미군이 직접 러시아군과 싸우는 상황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왔지만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비상 계획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심으로 구성된 ‘타이거팀(Tiger Team)’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기간에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안도 내놓는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소속 의원 300명 이상을 포함해 러시아 방산업체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며 세부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WP가 전했다. 미국은 최대 10만 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숨 가쁜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공식 규정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을 통한 처벌 추진을 시사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것과 연속선상에 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리 촬영한 연설 동영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폴란드 등 나토 동유럽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