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자국이 러시아에 부과한 각종 제재를 다른 나라도 준수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비판에도 우크라이나 공격 의지를 꺾지 않는 러시아를 외교적 처벌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고립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20개국(G7),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예스(yes)다. 이는 G20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 등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퇴출 문제가 논의됐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러시아 퇴출에 반대하는 나라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가 G20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대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G20 퇴출 논의는 러시아에 ‘외교적 처벌’을 내리려는 시도다. 러시아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유도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빼앗아 G8에서 퇴출됐고 이로 인해 현재의 G7 체제가 정립됐다. G8에 이어 세계 경제와 금융·기후 위기 등을 논의하는 최상급 협의체 G20에서도 쫓겨난다면 러시아의 외교적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이런 가운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가 제재 준수 대상을 제3국 기업·기관·개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WP는 “2차 제재가 발동되면 러시아와 거래한 제3국의 기업·기관과 개인 모두 미국 제재 위반으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수입하면 미국의 금수 조치를 위반한 것이 된다는 얘기다. 미 재무부 선임고문 출신인 댄 캐츠 엠버웨이브파트너스 창업자는 “2차 제재는 ‘봉쇄령’에 비견되며 유례가 없는 강력한 제재”라며 “중국과 인도 등 친러 국가에는 ‘미국과 러시아 중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WP는 “(2차 제재는) 최종 확정 전이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 원유·가스에 금수 조치를 내리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등 제재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이날도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거래를 차단하고 러시아 방산 업체 48곳과 추가로 거래를 끊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제재로 받은 타격이 예상보다 작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속인 제프 쇼트 선임연구원은 “매주 들어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판매 대금이 전쟁 자금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 이외의 국가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극약 처방’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는 의미다.
이런 외교·경제 고립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인도·브라질 등 비서방 G20 회원국들이 러시아 퇴출에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러시아는 G20의 중요한 회원국”이라며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14년에도 러시아를 G20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브릭스(BRICs)로 일컬어지는 신흥국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