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화성17형 쐈다는 北…엔진수 등 의심에도 美전역 사거리는 확보

[北 ICBM 도발, 격랑의 한반도]

오후에 쐈는데 사진은 "아침 빛"

엔진 수도 6개가 아닌 4개 불과

화성15형 쏘고 기만전 폈을수도

軍, 다양한 가능성 두고 정밀분석

최대 사거리 1만5000㎞이상 추정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는 불분명

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하는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하는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신형인 ‘화성 17형’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기술력 수준과 앞으로의 개발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아직은 화성 17형이라고 예단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밀 분석 중이다. 화성 17형일 수도 있지만 화성 15형 등 다른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영상 조작을 해 마치 화성 17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기만전을 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북한이 화성 17형 시험이었다고 전면에 내세운 이상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관련 기술을 완성시켜 전력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군의 한 장성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핵을 포기하면 정권이 망한다’는 확증 편향에 더 빠져든 것 같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틈을 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성 17형 쏜 것 맞나=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4일 쏜 탄도미사일이 ICBM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과 북한이 발표한 제원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일 탄도미사일을 쏘자 우리 군이 탐지한 비행거리는 약 1080㎞, 고도 약 6200㎞였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0분으로 평가됐다. 이튿날 북한이 발표한 제원은 거리 1090㎞, 정점고도 6248.5㎞였으며 비행시간은 1시간 7분이었다.



우리 군은 탄종을 예단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화성 17형의 발사 직후 사진에 대해 “빛이 1시 방향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깨끗한 날씨에 전형적인 아침 빛”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당일 탐지한 북한의 발사 시간이 오후 2시 34분이었음을 감안하면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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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영상의 엔진 수도 논란을 살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엔진 수가 4개(엔진노즐 개수 기준)였다. 반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북한의 화성 17형 엔진 수는 4개가 아니라 6개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개최했던 국방발전전람회 행사에서 공개한 화성 17형 추정 발사체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그는 “일각에서는 화성 17형이 4개의 엔진을 묶은 쌍발엔진이라고 주장하는데 공개된 사진의 미사일 후면 엔진 노즐 크기와 각도, 미사일 지름 등을 계산한 결과 6개의 엔진이 세 쌍으로 돼 있는 게 맞더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앞서 개발한 기존의 ICBM인 화성 15형은 쌍발엔진이다. KIDA 측의 분석이 맞다면 이번에 발사한 ICBM은 화성 17형이 아닌 화성 15형이거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쌍발엔진의 탄도미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거리, 재진입 기술 수준은=북한의 화성 17형의 최대 사거리에 대해서는 최소 1만 3000㎞ 이상이거나 1만 5000㎞일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다. 한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화성 17형은 총 3단계 로켓 중 1~2단은 백두산 계열의 액체 엔진을 활용하고 (탄두가 탑재되는 최상층인) 3단 로켓만 신형 로켓을 적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계의 의견도 비슷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발표 내용을 기초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만약 탄두 중량을 1톤 미만으로 한다면 최대 사거리는 1만 500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평양에서 발사하면 미국 전역뿐 아니라 유럽·오세아니아·아프리카까지도 닿을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 17형이든, 혹은 화성 15형 등 다른 종류이건 기본적으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비행 사거리를 거의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이번 발사는 최대 사거리를 내는 정상 각도(통상 30~45도)보다 각도를 높여서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거리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시험 발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CBM이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 데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보됐는지도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해당 기술 확보까지는 아직도 상당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방산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방산 업계의 한 주요 관계자는 “ICBM 탄두가 진공의 우주공간으로 날다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파와 더불어 고열·고압을 견뎌야 한다”며 “이것을 견디기 위한 재료를 개발하고 시험할 인프라와 가공 장비를 확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특히 국제 제재를 받는 북한이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ICBM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되는 것에는 충분히 경계심을 갖되 과대 해석으로 협박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그는 진단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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