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폴란드를 방문한 날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7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한 폴란드 연설 일정에 맞춰 러시아가 전쟁의 ‘안전지대’로 꼽히던 이 지역을 집중 공격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로켓 네 발이 르비우시 곳곳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로켓 두 발이 르비우 북동부 외곽 연료저장시설에 떨어져 시설이 불타고 5명이 다쳤으며 나머지도 군수공장을 타격하는 등 이번 공격으로 도시의 여러 기반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한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도시인 르비우는 폴란드 등 국외로 탈출하려는 피란민의 길목이 돼온 곳이다. 키이우에 있던 각국 대사관들도 르비우에 임시 사무소를 차렸다. 이번 전쟁의 와중에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에서 빗겨 있던 지역이었던 만큼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측에 적잖은 공포를 안긴 것으로 평가된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이번 공격으로 폴란드의 어느 도시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르비우 시장은 “이날 공격은 러시아가 폴란드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가 25일 한 달에 걸친 전쟁 결과를 요약하는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작전의 1단계 목표가 주로 달성됐다”고 밝혀 전쟁이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인 세르게이 루드스코이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에 심각한 손실을 줬고 공군 및 방공 시스템을 거의 파괴했다”며 “주요 목표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해방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BBC·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점령 대신 돈바스 지역 독립으로 초점을 옮겼다고 평했다. 돈바스는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반기를 들고 분리 독립을 선언한 지역이다.
다만 러시아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파블 루진 러시아 군사분석가는 NYT에 “러시아의 이번 성명은 새로운 공격을 위해 군사력을 보강하기에 앞서 내는 ‘속임수 동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BBC에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의도가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