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 한전, 1분기에만 회사채 10조 발행…'돌려막기'조차 어려워진다

■1분기 회사채 규모 작년 한해 육박

정부, 전기요금 동결 등 영향

부채 145조까지 급증한 한전

이대로면 올 발행액 40조 달해

손실 늘면서 한도 초과 '눈앞'

9월부터 발행 속도조절 불가피





한국전력의 올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이 벌써 10조 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각종 단가 상승요인에도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한전이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한전의 ‘회사채 돌려 막기’도 하반기에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올 1분기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9조 6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회사채 발행액 규모(10조 4300억 원)와 맞먹는 수치다. 2020년 발행액(3조 5200억 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무려 4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회사채 발행이 급격히 늘면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한전의 재무제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한전이 지난달 발행한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불과 한 달여 만에 0.19%포인트 상승한 3.17%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1조 9144억 원을 부담한 한전은 올해는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이자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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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자금 조달을 회사채로 돌려막는 시도도 올해 말이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에 따르면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돼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40조 원에 달하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2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최대 30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은 총 45조 8928억 원. 당기순손실만큼 적립금 규모도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도 9월부터는 회사채 발행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는 부채도 고민이다.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45조 7970억 원으로 1년 새 13조 원 넘게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16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04조 7864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늘어난 부채만 41조 원이 넘는다.

이처럼 빚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도 한전은 오히려 씀씀이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재생 설비 확대 계획에 따라 계통망 연결을 위한 송배전 투자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올해 약 8조 원에 달하는 투자액은 2024년 9조 405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전력계통혁신방안’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기존 예산보다 30조 5000억 원 늘어난 78조 원을 전력망 보강에 투입해야 한다. 추가적인 전력 계통 투자 비용까지 반영하면 향후 한전의 투자액은 매년 11조~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르며 한전의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대선을 석 달 앞둔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여기에 ‘탈원전’을 이유로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 대신 값비싼 LNG 발전을 늘리면서 한전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차기 정부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던 ‘전기요금 동결’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분기부터 적용될 연료비 조정 단가를 당초 21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하루 전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23일 인수위 측은 “전기요금은 현 정부의 산업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윤 당선인 캠프에서 에너지정책을 총괄했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동결 공약을 지키면 한전 빚이 급증하며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올라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적인 전기요금위원회 설치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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